교육기부의 필요성
교육기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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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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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희 전남도교육청 행정국장
   
 
▲ 한택희 전남도교육청 행정국장
 
일본의 작가 혼마 마사토는 지난 2007년 '적재적소의 법칙(適材適所の法則)'이란 책에서 인력의 적절한 배치가 기업 효율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최소의 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야하는 기업들에 인력의 적재적소는 필수적 요소다. 어디 인력뿐이겠는가. 기계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는 달라진다. 우리에게 쓸모없는 기계도 잘 수리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면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중고 PC를 재활용, 동남아 저개발국에 제공하는 교육 기부를 통해 ‘적재적소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대표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9일 동안 부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 4개국을 공식 방문했다.

대표단은 이번 방문기간 중 스리랑카 교육부, 부탄 왕국, 미얀마 ITBM대학, 태국 MC대학을 둘러봤다. 특히 스리랑카 교육부장관, 부탄 국왕의전장관, ITBM대학총장, 태국MC대학 총장 등과 교육정보화 교류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교육정보화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방문이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노후 PC 기증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전남도내 학교에서 수거한 노후PC를 재활용, 부탄, 스리랑카 각 300대, 미얀마, 태국에 각 150대씩 총 900대를 기증했다.

중고컴퓨터이지만 수혜국에는 교육정보화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폐기될 처지인 우리의 중고컴퓨터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것이다. 그야말로 '적재적소'다.

이에 앞서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2004년에 전략적 투자대상국인 말레이시아와 교육정보화 교류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현재까지 중고컴퓨터(재구성PC) 총 952대를 지원해왔다.

이들 동남아 국가는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개발국이다. 그러나 향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해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국가들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 기부'를 통해 '교육 투자'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증은 국제 교육정보화에 기여해 우리나라와 전남교육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3세계국과의 활발한 교류 협력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 향후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 강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PC를 기증받은 국가들은 교육 정보화가 앞당겨졌다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인구 70여만명의 부탄왕국은 기증받은 PC 300대로 상당수 학생들이 혜택을 보게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부탄왕국 학생들은 그동안 컴퓨터를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컴퓨터 전문가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최근들어 한국의 교육기부가 국제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부터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교육기부를 해야 한다는 것.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이같은 교육 기부를 강조했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10월30일 국회 연설에서 유엔이 향후 '교육우선 (education first)'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반 사무총장은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 유엔의 도움으로 교과서를 받아 현재의 교육 강국이 됐다"며 "저개발국 학교의 문을 열고, 학습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교과서 대신 중고PC를 개도국에 기증한 전남도교육청의 교육 기부 사업이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