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선배를 박수로 보내드리자!
교직선배를 박수로 보내드리자!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02.0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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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전남도교육청 교육진흥과 장학관
   
 
▲ 장병호 전남도교육청 교육진흥과 장학관
 
선배님! 이번에 정년이라면서요? 퇴임식은 언제 하십니까? “퇴임식은 무슨? 그냥 교무실에서 인사만 하고 갈 생각이네”정년퇴직을 앞둔 어느 교장의 답변이다.

해마다 2월과 8월이 되면 정년을 맞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난다. 그런데 요즘 학교 현장에서 퇴임식 풍경을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교육장과 같은 고위직이나 일부 교장들은 퇴임식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교직원자들은 대개 교무실에서 간단히 하직 인사만 하고 슬며시 물러나는 추세이다.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한평생 교직에 몸을 바쳐온 분들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퇴임식은 하셔야죠”라고 말하자 그분은 “퇴직하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선생님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네”라고 한결 같은 말씀이다.

퇴임식을 하려면 후배 교사들이 여러 가지 준비도 해야 하고, 행사장에 학생과 선생님들을 동원해 시간을 빼앗게 되는데, 그러한 번거로움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후배 교직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아무런 기념식도 없이 선배를 보내드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생각해보라!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가. 다들 6․25 전쟁 무렵에 태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던 1970년대에 교직에 입문, 박봉 속에서 교단을 지켜온 분들이 아닌가. 궁핍한 시절을 겪었기에 근면 성실한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 후배들의 사표가 되었다.

시간외 수당이나 보충수업 수당 같은 것도 모르고 오로지 제자 키우는 보람으로 밤늦도록 시간을 보냈다. 따져보면 지금의 우리나라 발전은 이분들의 공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렇게 어려운 형편 속에서 인재를 키워온 공을 생각할 때 그분들이 마지막 떠나는 길이 가을철에 낙엽 떨어지듯이 쓸쓸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퇴직하는 교직원들에게 학교에서 퇴임식을 당연히 열어드리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퇴직하는 분의 희망에 따라 열어드리거나 말거나 하지 말고 퇴임식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의 졸업식과 마찬가지다. 졸업식을 학생들의 의향을 물어서 열어준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졸업식은 선택사항이 아니지 않은가. 정해진 과정을 밟고 나면 응당 열어주는 것이다.

퇴임식도 선택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열어드리는 것으로 하자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운동장을 나서는 분들이 덜 쓸쓸해 할 것이 아닌가.

내가 학교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정년을 앞둔 선생님께 일찌감치 말씀을 드렸다. “선배님의 퇴임식을 열어드릴 생각입니다. 절대 사양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단호하게 뜻을 밝히니 선생님도 기꺼이 수용해주셨고, 조촐하나마 퇴임식이 이루어졌다.

강당에서 학생대표들과 교직원이 모인 가운데 송공사와 함께 축하의 박수를 쳐드리니, 보내드리는 마음이 그리 흐뭇하고 가벼울 수가 없었다. 그분은 두고두고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았다.

사실 요즘처럼 변화가 많은 시대에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이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도중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교직생활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관리를 잘하고 직장생활에 충실했다는 뜻이다.

성공적으로 교직을 마무리한 것을 축하하면서, 은퇴 후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주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선배들께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예우가 아닌가 싶다.

제발 우리 선배들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웃으면서 교문을 나설 수 있도록 마음을 써드리자. 그것이 우리 후배들의 마땅한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