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04.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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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성 전남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
   
 
▲ 오인성 전남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
 
[데일리모닝] 전남지역 초등교사 290명이 지난해 실시한 광주시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다. 예년에 비해 응시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교실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들 중 31명이 합격했다. 이는 전남 초등 교원의 0.4%에 불과하다.

10여 년 전에는, 현직 교사가 타시도 임용시험에 응시하려면 교직을 그만 두어야 했다. 2003년에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우선해 현직교사에게 임용시험의 문을 열어줘 상황은 달라졌다.

이때부터 현직교사가 더 좋은 거주환경을 찾아가기 위해 또 다시 신규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이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시험부터는 객관식 평가가 없어지고 논·서술, 수업 실연 중심으로 평가 방법이 바뀌었다. 게다가 지역 가산점은 절반으로 축소되었다.

공교롭게 퇴직자도 유난히 많이 늘어나 전국 시도교육청이 부족한 교사 수급을 위해 모집 인원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요인들이 현직 교사들의 타시도 임용시험 응시를 부추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광역시(대도시)에 응시하는 현직 교사 증가 현상은 전남·북은 물론 생활환경이 비슷한 경기, 강원, 충청, 경상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을 넘어 도 지역 대부분에서 매년 확대 반복될 수 있는 진행형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교육청이 힘을 모아 근원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개인의 요구와 사회의 필요, 교사의 기본권과 학생의 교육권을 원만하게 아우를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러한 추세에 주목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방안은 이미 실행하고 있다. 우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교사 수급 문제에 관한 대비책을 알려 지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로 했다.

첫째, 교사 부족 상황이 오지 않도록 신규교사 예비 인원 비율을 높였다. 정년·명예퇴직 등의 결원 요인이 400명이라면 20% 늘린 480명을 선발해 현직 교사의 타시도 임용처럼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결원 발생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혹여 예비 인원이 많아 그해 미임용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다음 해에 선발한 신규임용 대상자에 우선해 임용한다.

둘째, 지역 단위 신규 교원 임용으로 교원의 근무 기피 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지역 단위 교원 임용제는 도 단위 임용제와 병행 시행하는 장기적 차원의 교원 수급 방안으로, 특정 지역의 근무를 전제로 하여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섬이 많은 전남도의 지리적 특수성을 반영해 8년간 도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는데, 앞으로는 특정 시군의 필요와 요구에 맞춘 임용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교원들의 도내 거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전보·승진 제도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교원이 자신의 생활거주지 인근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목포와 순천 등을 거점으로 한 생활권역 중심 인사관리 기준을 시행할 예정이며, 전남도내 거주자에게 유리한 승진 가산점 제도는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떠나기를 바라는 사람, 타시도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전남교육에 대한 책무와 애정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이므로 차라리 갈사람 가게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조치일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여유 있는 신규교사 선발과 지역 단위 임용제도 등으로 교실의 공백을 충분히 예방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원들에게 안정된 거주 생활을 제공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인사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제 전남교육에 필요한 것은, 광주 등으로 떠나는 0.4%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아니라 전남교육에 관한 근거 없는 걱정이나 불안감을 떨쳐내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작은 떨림에 동요하기보다 길고 넓게 보며 신뢰와 자긍심을 가지고 전남의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