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손을 놓다
벼랑끝에서 손을 놓다
  • 데일리모닝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11.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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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철원
[데일리모닝] 현애살수(懸崖撒手)! 벼랑 끝에서 움켜쥔 너의 손을 놓아라.
 
김구 선생이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한 말입니다. 송나라의 유명한 선시에 나오는 싯구를 인용한 것입니다.
 
낭떠러지에서 나뭇가지를 손에 움켜쥐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손을 놓아버리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생명줄 같은 그 나뭇가지를 왜 놓아버리라는 것일까요?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잡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나무에 원숭이 주먹만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고 그 안은 더 넓게 파서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을 채워둡니다.

원숭이는 구멍에 손을 넣고 땅콩을 움켜쥡니다. 그러나 땅콩을 움켜쥔 그 손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원숭이는 땅콩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잡힙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지식은 채우는 것이고, 지혜는 비울 줄 아는 것이다. 비움에 이르러서 고요해지고, 욕망은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니, 요동 속에서는 실체를 볼 수 없고, 지혜를 발휘할 수가 없다.
 
벼랑 끝에서 손을 놓으라는 것은 생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손에 움켜쥔 그 나뭇가지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나뭇가지에 대한 집착을 비우라는 것입니다.

손을 놓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그 집착을 비우라는 것입니다.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새로운 내가 태어납니다.
 
그리스도의 핵심 가르침 중의 하나도 '자기 비움’이라고 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호흡을 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호흡은 날숨과 들숨으로 이어집니다. 들이쉬기만 할 수 없고 내쉬기만 할 수 없습니다. 내안의 나를 내쉬었을 때 새로운 내가 들어옵니다.
 
우리는 항상 채우려고만 합니다. 상대에게 양보하면 나는 끝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을 비워야합니다.
 
내가 지금 움켜쥔 그것(생각과 물질)이 원숭이가 놓지 못한 땅콩은 아닌지, 무엇보다 나의 발전과 행복이 들어올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