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생 잊을 수 없는 짝사랑
<기고>평생 잊을 수 없는 짝사랑
  • 김경숙 녹동초 교사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14.03.1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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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교사의 첫 한 주...아직은 짝사랑

▲ 김경숙 고흥녹동초 교사
[데일리모닝] 닷새밖에 되지 않는 첫 교직생활의 일주일이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짝사랑이었다.

지난 8일 금요일 오후 3시. 아이들을 집에 보내면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월요일부터 매일 보던 아이들인데 막상 토요일, 일요일 이틀이나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막상 돌이켜보니 그 눈물이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슬픔의 눈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 아이들의 목소리,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내 기쁨과 두려움, 희열과 부담감.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서 눈물로 표현된 것이 아니었을까.

3일 교사로서 첫 출근을 했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떻게 나를 소개할까?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교실에 들어서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학교를 꽤 오래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주한 교실은 내가 알던 교실이 아니었다. 늘 책상에 앉아서 칠판을 바라보다가 칠판을 등지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서보니 교실이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졌다.

사소한 사실 같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교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했고, 학생시절 교실에서의 나의 역할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나를 바라보는 24명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책임져야한다는 의미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3월 한 달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여선 안 된다는 몇몇 선배들의 조언은 내 머릿속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나는 아주 활짝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사실 나는 착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건 아니다. 나를 처음 본 많은 사람들은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했다. 반 아이들도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만약 선배들의 조언을 잊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면 일주일이 지난 오늘 나의 학급 관리는 훨씬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착하지 않은 얼굴에 인상까지 쓰고 있으면 아이들 눈에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면 쉽게 아이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눈만 마주쳐도, 말 한마디만 나누어도, 심지어 아이들이 “선생님~”하고 부르기만 해도, 내 얼굴은 저절로 미소 짓고 있었다. 말을 잘 듣고 안 듣던, 학교에 일찍 오지 않고 지각하고 숙제를 해오고 안하든 간에 무슨 짓을 해도 너무 예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 고민이 많다. 나는 이미 한 번 전공을 바꾼 경험이 있다.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교대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자주 물어오곤 했다. “교대는 적성에 맞아?” 그럴 때 마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 성격이 교사라는 직업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대답했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럽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인지 몰랐기 때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의 생활에 교사의 영향이 얼마나 큰 지 하루하루 절실히 느끼고 있다.

가끔씩 경험이 없어서 서툰 신규인 내가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미안할 때도 있다.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더 사랑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사실이 있다. 마치 내가 5학년 4반 학생들과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글을 이어나갔는데, 사실은 아직 짝사랑에 가까운 것 같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가방을 챙겨서 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서운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벌써 몇몇 여학생들은 내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다. 아직 내 사랑이 부족해서 내 진심을 눈치 채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 보다 내일 더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