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초중등 교원 출신들이 맡아오던 전남교육감을 대학 총장 출신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전남 교육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 결과이지만, 초·중등학교에서 교육전문가를 자처하던 많은 이들이 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장 교육감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인사의 투명성과 행정 집행의 민주적 절차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독서토론교육과 고교 경쟁력 강화를 전남 교육의 방향으로 잡은 듯하다.
고교 경쟁력 강화는 전남의 열악한 교육 여건에서 우수 학생들의 외부 유출을 막고, 전남의 인재들이 ‘서울의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해야 한다’는 학부모와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에 이 글을 쓴다.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된 교육 분야에서의 화두는 경쟁교육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장 교육감도 ‘지나친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인성 교육에 노력해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동안의 한국 교육은 서열화된 대학의 상위권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쟁의 교육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정기적인 지필평가를 치르는 지식위주의 교육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은 오직 대학 입학이라는 하나의 문을 향해 돌진하는 경쟁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열에서 벗어난 이들은 그 많은 학교생활의 시간들을 엎드려 잠자거나 반항하고,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은 내가 바라던 대학 생활은 이게 아니었는데 라며 공부를 포기하며, 직업 획득을 위한 경쟁에 자신이 없어 졸업해도 학교 주변에 머무는 한심하고 무력한 소비자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젊은 학자 엄기호 선생은 반학교 문화 – 탈학교문화를 넘어 이제는 비진학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국의 교육을 진단한다. 대학에 진학해도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고, 조국과 미래를 위한 희망적인 전망을 갖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희망이 없다.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이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전남교육감에 취임한 장만채 교육감과 집행부에게 ‘고등학교 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여전한 경쟁 구호보다는 ‘학생들의 삶을 보장해 주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권유한다. 이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목적으로서의 교육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현재의 삶을 유보하고, 자신 없는 불안한 미래에 예속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소설가가 말한 ‘우등생의 신화’ 처럼 ‘잘못된 산을 피땀 흘려 올랐다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내가 오르고 싶고 올라야 했던 산은 이 산이 아니었다.’고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은 것이다.
도서실에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준비하고 항상 개방해야 한다. 학생들의 피 끓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체육과 예술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산과 바다 등 자연에서 모험과 도전의 기회를 스스로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며 기계를 조작하면서 땀으로 얻은 결과에 대해 기쁨을 얻는 노동의 가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교과 교육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의 정신작용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은 뇌과학의 연구결과에서도 충분히 밝혀진 것이다.
현재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이 미래에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우리의 미래인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절음발이 지식 경쟁교육으로 현재를 부조리하게 저당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전남 교육의 진정한 경쟁력은 학생들의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좋은 삶터를 조성해 주는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선거 결과 진보교육감 선택의 이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