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광주실력 불편한 진실 Ⅰ
<기획칼럼>광주실력 불편한 진실 Ⅰ
  • 데일리모닝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14.09.04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복일 前 광주시교육청 장학진흥과장, 前 운남고 교장, 현 광주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장복일 前 광주시교육청 장학진흥과장
[데일리모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2014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광주시교육청은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실력광주의 명예를 지켰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나섰다.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잘 한 것은 밝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사적인 일일 감춰도 인정되는 게, 우리네 일반적인 정서이다.

하지만 공익에 관계된 일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실제 공공기관에서 진실을 감추려다 국민의 호된 질책을 받은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미국 교육을 반성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칭찬이 아이들 성장에 독이 되었다고 한다. 지나치게 칭찬하면 자신이 정말로 잘 하고 있는 줄로 착각해 학습을 게을리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4년 광주실력의 빛은 희미하고, 어두움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광주시교육청이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실을 감추면 문제에 대한 해법도 나올 수 없고, 보다 나은 발전도 기약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이제 누군가가 광주실력 문제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교육청에 독이 될 수 있는 칭찬은 접어두어야만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4차례에 걸쳐 수능 표준점수와 1, 2등급 순위, 서울대 합격자 수 등 세 가지 방향에서 2014년 광주 실력의 진실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실력광주의 명예를 되살리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능 표준점수 국어, 수학, 영어 3개영역 6가지 유형에서 광주는 국어B, 수학B, 영어A, 영어B 등 4개 유형, 제주는 국어A, 국어B, 수학A 등 3개 유형에서 대구는 국어A에서 1위를 했다.

표면상으로는 광주가 제주에 간발의 차이로 1위를 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 겹만 벗겨 보면 씁쓸한 1위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광주가 1위를 한 것이 아니라 2010학년도 이후 줄곧 1위를 달리던 제주가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왜 제주가 2위로 내려앉은 것일까?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09학년도부터 시행된 고입 배정이 주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는 2009학년도 고입 배정부터 성적 등급별로 각 고등학교의 신입생 정원에 따라 균등 배정했다. 변경된 고입 배정으로 고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처음으로 치른 수능이 2012학년도 수능이다.

그 결과 수능 표준점수 1위인 제주는 3위인 부산에 2011학년도에는 14.5점이나 앞섰으나, 2012학년도에는 9.6점만 앞섰다. 1년 새에 무려 4.9점이나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제주 교육계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로, 실력 하향평준화가 서서히 진행되었고, 2014학년도 수능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그런데 광주가 2013학년도에 제주 실력 하향의 주원인이 된 고입배정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장점은 놓치는 우를 범했다.

제주는 중학교 내신 성적 50%, 선발고사 50%로 고입 배정 성적을 산출하였으나, 광주는 중학교 내신 등급만 가지고 성적을 산출해 등급별로 각 고등학교의 신입생 정원에 따라 균등 배정한 것이다. 제주의 하향평준화 예방 장치인 고입 선발고사는 도외시한 채, 졸속 도입한 것이다.

게다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중학교 내신 등급별로 각 고등학교에 균등 배정되었던 광주의 2013년 고교 신입생은 2016학년도에 대입 수능에 응시한다.

이들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12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전국 순위에서 국어 16위, 수학 10위, 영어 10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다.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극도로 제한한 고입배정과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성적 급락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것이다. 그래서 2015학년도 대입수능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2016학년도 대입 수능은 좋은 성적을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4학년도 수능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수능이다. 표준점수 1위 영역 수가 조금 많다는 것 이외에, 실력광주 명예 회복을 주장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더욱이 2009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에서 1위인 광주가 2위인 대전에 10.76점 앞섰고, 당시 7위였던 제주에게는 18.41점이나 앞섰음을 상기하면 더욱 그러하다.

광주시교육청은 더 이상 조그마한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외부 대입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어, 대입수능 전반에 걸쳐서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게 해야 한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고입배정 방식도 전면 재검토해 발전적 배정방식을 구안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