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운영위원 당적 파악 '논란'
교육부, 학교운영위원 당적 파악 '논란'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6.04.2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모·지역·교원위원별 당적 보유 현황 파악…"당적과 교육 무슨 상관…불순한 의도 의구심"

▲ 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2016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운영 현황'을 29일까지 제출할 것으로 요청했다.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교육부가 '교육자치의 꽃'으로 불리는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운영위원들의 당적 보유 현황 파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정책 추진 및 각종 통계 분석에 활용하기 위한 조사라고 하지만 상당수 운영위원들은 관련 법 규정도 없는 개인정보라 발끈하고 있다.

특히, 교육감 선거제도와 맞물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25일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2016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운영 현황'을 29일까지 제출할 것으로 요청했다.

교육부는 '학운위 정책 추진과 각종 통계 분석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문취지를 밝혔다.

조사항목은 모두 19개로, 공·사립 초·중·고등학교별 학운위 구성 현황과 위원 정수, 회의 개최 현황, 연령별·성별·직업별 현황, 지역 위원 중 해당 학교 학부모수, 회의록 공개 현황 등이다.

▲ 운영위원의 당적보유 현황 집계표 양식
이 가운데 15번째 항목인 '운영위원의 당적보유 현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전체 초·중·고와 특수학교별로 학부모·지역위원 가운데 당적 보유위원, 교원위원까지 포함한 전체 위원 중 몇 명이나 정당원인지,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일일이 파악해 제출토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을 토대로 초등 153개교, 중학교 90개교, 고교 67개교, 특구학교 5개 등 315개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별 운영위원 당적보유 현황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초등 420개교, 중학교 236개교, 고등학교 145개교, 특수학교 8개교 등 809개교에 공문을 보내 27일까지 학교운영위원회 구성현황을 파악해 제출해 주라고 요청했다.

국가공무원법이나 초·중등교육법, 심지어 조례에도 학운위원 자격과 관련해 당적여부를 따지는 조항이 없음에도 교육당국이 이를 요구해 학운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하려다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모 중학교 학운위원장인 A씨는 "몇일 전 학교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혹시 당적이 있으시냐' '어느 당 소속이신지요'라고 질문해 어이가 없었다"며 "당적과 아이들 교육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운위는 학교자치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고 투표 등을 통해 선출되는데 신청서류에도 없는 당적조사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다른 학운위원 B씨는 "교육감 선출제도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정치권과 정부 일각의 의도, 즉 간선제로 전환될 경우 보수·진보의 가늠자로 삼아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법령 위반 논란도 만만찮다. 국가공무원법이나 초·중등교육법상 학운위원의 당적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으며, 정당원의 학운위 참여를 제한한 서울시교육청 조례도 상위법 위배 등 위법성 논란을 낳고 있다. 비슷한 규정을 둔 충북, 경북은 '학교 자율'로 맡기로 있다.

7만여명에 이르는 전국 학운위원 중 몇 명이 당원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당에 당적 조회를 공식 요청해야 하고, 학교별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자백의무가 없다 보니 "실효성없이 논란만 부추기는 '헛물켜기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