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클럽 붕괴 사고 예고된 ‘인재’…인허가부터 총체적 부실
광주 클럽 붕괴 사고 예고된 ‘인재’…인허가부터 총체적 부실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9.07.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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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허용 안된 음식점, 구의회에서 운영조례 바뀌며 ‘합법화’
무너진 2층 구조물 ‘무단 증축’…작년에도 구조물 탓 사고
경찰과 소방 당국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새벽 일어난 사고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뉴스1)
경찰과 소방 당국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새벽 일어난 사고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뉴스1)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새벽 2시 40분께 광주 도심의 클럽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에는 대회 참가자들도 있어 주요 외신들이 긴급뉴스로 보도하며 사고 소식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구조물 무단 증축이 드러나며 불법 행위와 관리 부실이 낳은 ‘인재’의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난 클럽은 지난해 불법증축 시설물 중 일부가 떨어져 손님이 다치는 바람에 경찰에 입건까지 됐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과 자치단체, 유흥업소간 유착 의혹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전 2시 40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클럽 안 2층 구조물 일부가 벽쪽으로 기울며 무너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 깔린 손님 최모씨(38)와 오모씨(27)가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또 함께 있던 다른 손님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중에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이탈리아·브라질·뉴질랜드·네덜란드 선수 9명과 관광객 1명 등 외국인 10명도 포함됐다.

현재 병원에서는 찰과상을 입은 외국인 수영선수 1명 등 11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과 경찰은 현재까지 이 클럽이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불법 증축을 하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클럽은 2017년 12월께 불법 증축을 통해 허가받은 면적보다 1.7배(77㎡) 더 넓은 185㎡의 복층 구조물을 만들어 영업했다.

1층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복층 구조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철재 파이프 3개가 전부였다. 이날 사고가 일어난 지점도 불법 증축 공간의 일부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 클럽 1층과 2층엔 이번 수영대회 우승 축하 파티를 하던 미국 여자수구대표팀 등 각국 대표선수 40여 명을 포함한 내외국인 35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 라운지(108㎡)에 불법적으로 설치된 선반형 무대(높이 2.4m) 벽쪽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1층에 있던 손님들이 변을 당했다. 2층 손님들은 기둥이나 구조물 난간 끝을 붙잡고 매달리던 과정에서 일부가 다쳤다.

선반형 무대에는 30여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경찰은 무대를 받치는 벽쪽 철골·목재 지지대가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인허가부터 관리감독까지 총체적인 부실의 증거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 클럽은 2015년 7월 술과 음식만 팔 수 있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공간은 1층 396㎡, 2층 108㎡ 등 504㎡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술을 먹고 춤을 추는 불법영업을 하다 2016년 3월 처음으로 1개월 영업정지를 받았고, 같은 해 6월에도 똑같은 위법행위를 하다 과징금 6360만원을 물었다.

하지만 이후 광주 서구 의원 5명이 같은 해 7월 ‘춤을 추는 행위 허용 음식점 운영조례’를 제정하며 불법행위를 합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조례의 대상은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이었지만, 조례 규정보다 354㎡나 큰 규모인 이 클럽도 교묘하게 ‘춤출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조례 부칙에서 ‘조례 시행 이전에 허가받은 일반음식점’도 ‘춤추는 영업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기득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들 의원은 서울 마포·광진·서대문구, 부산 진구 등 4개 자치구에 같은 조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부칙으로 ‘특혜’를 적용받은 후에도 이 업소는 2017년 12월 2층 라운지에서 1층 공간 위로 38.6㎡짜리 선반형 무대 2개를 증설, 2층 면적을 허가면적(108㎡)보다 77㎡ 무단 증축했다.

무너진 선반형 무대도 불법증설 구조물이었으나 한 번도 단속되지 않았다. 입구쪽 선반형 무대에선 지난해 10월 구조물 일부가 떨어져 아래층 손님이 부상하면서 업소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지난해 사고 지점 건너편에 자리한 무대로, 이 가운데 21㎡가 내려앉으면서 사상자를 냈다.

감독관청인 광주 서구청은 이번 사고 후에야 처음으로 불법증축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서구 의회가 3년 전 통과시킨 ‘춤을 추는 행위 허용 음식점 운영조례’에는 사업자가 지켜야 할 안전기준이 마련됐지만, 구청은 한 차례도 안전점검 등 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클럽 공동대표 3명 등 업체 관계자 10여명을 불러 사고 경위와 불법행위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서구청 담당 공무원 2명도 참고인으로 불러 무대 증축 묵인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광주 클럽’ 사고가 내부 구조물 불법증축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전국 각 지자체에 특별점검과 유사사고 발생 방지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8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가 난 클럽의 무단 증·개축, 안전기준 준수, 행정당국의 적절한 점검과 조치 여부 등을 조사해 불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민관 가리지 않고 관용 없이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춤이 허용된 업소(유흥주점)는 룸살롱 587개, 디스코클럽 4개, 노래클럽 4개, 간이주점 17개, 카바레 19개, 단란주점 469개 등 1100개다. 이 중 181개가 상무지구에 몰려있다. 유흥주점들은 대부분 어둡고 건물 내부 구조도 복잡해 화재나 붕괴 등이 발생했을 때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