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H 고교, 불공정시험 제보학생 색출 시도 ‘빈축’
순천 H 고교, 불공정시험 제보학생 색출 시도 ‘빈축’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20.0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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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사회시민모임 "학생들 또 다른 피해 용납 못해"
전남 순천 H 고등학교가 제보자 색출을 위한 설문지
전남 순천 H 고등학교가 제보자 색출을 위한 설문지

[순천=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특정 반에게 시험 힌트를 주었다 논란을 일으킨 전남 순천 H 고등학교가 반성은커녕 제보자 색출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순천 H고는 지난해 12월 말 기말고사 한국사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에게 힌트를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사 B 교사가 올 2학기 기말고사 실시 전 1학년 6~10반 학생들에게만 서술형·객관식 문제 구분하지 않고 힌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1~5반 학생들에게는 힌트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 학교는 한국사 교사가 2명으로 1~5반은 A 교사 맞아 지도하고, 6~10반은 B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B 교사는 힌트를 알려주고 A 교사는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시험 점수에서도 나타났다. 3,4,5,6,7반은 여학생으로 배치 되어있다. 학교 측은 한국사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힌트를 제공받은 7반(여)의 평균 점수는 61.9점으로 가장 높았고, 6반(여)이 60.9점으로 2위를 했다. 힌트를 제공받지 못한 여학생 3반은 57.3점(3위), 5반 56.3점(4위), 4반 51.5점(7위)으로 1위와는 10.4점의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1,2,8,9,10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8,9,10반에는 야구부 학생들이 4~5명이 배치되어 있다. 야구부 학생들이 있는 반은 다른 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점수가 낮다.

하지만 야구부 학생들이 있는 8,9,10반의 점수가 일반 학생만 있는 1,2반과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 2반 52.6점, 1반 51.4점, 10반 52.3점, 9반 50.0점, 8반 47.6점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A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A 교사는 힌트제공 행위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제의 발단이 된 교사 B의 경우 별 문제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공정하게 시험 관리를 못 했다는 제보를 받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남도교육청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도 교육청이 '연말 업무가 과중하다'며 학교 측이 스스로 조사토록 조치하면서 논란의 실마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는 철저한 조사보다 제보자 색출에 초점을 맞추는 설문조사를 해 사건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교 학생들에게 돌린 설문지에는 '힌트를 준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1~6반 학생에게만 힌트를 줬다는 사실을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등 제보 경위를 캐거나 '알려준 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냐'라는 식의 제보자 신원을 묻는 내용 담겨 있다.

또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여러분의 문제 제기의 진실성이 의심받게 된다'는 등 압박성 문항도 포함돼 학생들을 당황케 했다.

무엇보다 '전남도교육청이 설문조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설문지에 담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민단체에 제보했는데, 오히려 학교가 제보자를 색출하려 들면 신고자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며 불공정한 시험 등 의혹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를 겪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단체는 “불공정한 시험 등 의혹으로 이미 피해를 겪었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를 겪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며 “전남교육청은 H고 측의 몰상식한 행태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