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선거
내 생의 마지막 선거
  • 데일리모닝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20.04.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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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 전남도교육위 부의장
김명환 전 전라남도교육위원회 부의장
김명환 전 전라남도교육위원회 부의장

[데일리모닝] 내 나이 어느 새 칠순을 바라본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몫만큼 살아왔다. 상도 바라지 않지만 벌도 주지 말라고 기도한다. 동갑내기 중에는 진즉 유명을 달리한 이가 적지 않다.

강대국의 자부심을 깡그리 뭉개버리고 있는 코로나 속에서도 잘 견디고 있으니 천우신조가 아니면 오늘의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돌아보니 파고 만장한 그 세월을 용케도 잘 살아냈구나 싶어 누군가에게 고맙기가 짝이 없고, 멀어져가는 커브길 철길마냥 아득하기가 그지없다. 다시 가라하면 못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는 4월 15일이면 제 21대 국회위원 선거가 있다. 나 자신은 전남도 교육위원 선거에 도전해 전국 최초로 다섯 번이나 당선되기도 했고, 교육감 선거에도 나가 떨어져도 봤다.

사반세기 동안 내 자신을 선거에 올려놓았고, 자천 타천으로 여러 가지 선거에 관여하기도 했기에, 이번 선거에 대한 상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지는 해와 함께 나이를 더하니 선거와 관련해 고백 아닌 고백을 하게 된다.

돌아보니 난 단 한 번도 나 자신이 아닌 대의를 위해 투표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 교육위원 선거나 교육감 선거는 내가 당선되어야 하니 말 할 것도 없었고, 다른 선거 역시 나와 인연이 있거나 여러 가지 명목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을 위해 투표를 한 것 같다.

순전히 나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사람이나 당에 투표를 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시쳇말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투표를 해 본 적이 없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만은 내 남은 생에 있어서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투표를 할 계획이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투표를 하고 싶다.

진정 누구를 찍어야, 진정 무슨 당에 힘을 실어줘야 나라가 번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를 생각하고 투표를 할 계획이다. 설사 내 투표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일지라도 주변 사람들의 심기를 의식하지 않고 투표를 하겠다.

씨알의 소리로 잘 알려진 함석헌 씨는 “선거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덜 나쁜 이를 뽑는 행위”라며, 작금의 선거에 대해 냉소를 한 바가 있다. 내 지난날의 선거모습이 그리했기에 그런 말을 탓할 수도 없다.

나 하나 꽃 피워 풀밭이 꽃밭이 되겠느냐고 말하지 않겠다. 나부터 꽃 피우면 당신도 따라 꽃 피울 것이니 머지않아 풀밭이 꽃밭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다.

용케도 잘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나대신 힘들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번 선거, 내 생의 마지막 남은 선거라 생각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오직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투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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