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대신 이순자라도 사과해야"…광주시민 '분노'
"전두환 대신 이순자라도 사과해야"…광주시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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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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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8월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데일리모닝] = 대한민국 역사 한편에 5·18민주화운동의 학살자로 기록될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오월단체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사죄할 기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전씨의 사망 소식에 분노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전복과 5·18 학살 주범, 민간인 대학살 책임자 전두환이 사과없이 사망했다"며 "만고의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계속된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대한민국 사법부를 기망한 전두환은 반성과 사죄는 커녕 자신의 회고록으로 5·18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면서 역겨운 삶을 살았다"며 "학살자 전두환은 지연된 재판으로 결국 생전에 역사적 심판을 받지 못하고 죄인으로 죽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은 그동안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해왔다"며 "그동안 전두환의 고백과 참회, 사법부의 엄벌을 강력하게 촉구하면서 '역사적 심판'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월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망해 법조계의 우려도 커졌다.

전두환 회고록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은 공소 기각 결정이 되겠지만, 회고록 관련된 민사 재판은 헬기사격뿐만 아니라, 북한군개입설 허위 유포 등 더 망라적인 쟁점에 대한 것으로 전씨가 사망했어도 판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씨가 역사 앞에 국민 앞에 광주시민들에게 끝내 반성과 사죄하지 않고 사망한 것은 무책임한 모습이고 역사적으로도 오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 등 1980년 당시 신군부 주요인사 5인의 대면조사를 예정하고 있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입장을 냈다.

앞서 조사위는 지난 9월 전두환(당시 국군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 겸 중앙정보부장)과 노태우(당시 수도경비사령관), 이희성(당시 계엄사령관), 황영시(당시 육군참모차장), 정호용(당시 특전사령관) 등 5인을 1차 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서한을 발송했다.

박진언 5·18조사위 대외협력과장은 "지난 달 노태우씨 가족 측에서 서한문을 받고 아프다고 이야기하면서 변호인을 선임했지만 일정 등은 잡지 못한 상황에서 노씨가 숨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두환씨도 변호인 선임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광주 재판 상황도 지켜보고 있었고, 주변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씨가 숨진 것이 언론에 나왔다"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호용(당시 특전사령관)은 조사를 신청한 상태고 나머지 2명(이희성 당시 게엄사령관과 황영시 당시 육군참모차장)은 최근에 방문해서 조사했다"며 "(전씨와 노씨 역시)유족이나 지인들을 통해 조사를 차질없이 진행해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해 11월3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씨 일행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있다. 2020.11.3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결국 전씨의 죗값을 묻지 못한 법의 한계에 분노를 표출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전두환씨가 교도소 차가운 독방이 아니라 따뜻한 집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밝혔다.

그는 "전씨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했을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을 능욕했던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를 단죄하지 못했던 법과 정치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과 노태우, 신군부 학살자 2명은 결국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이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역시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찬탈하고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죽음에 명복을 빌수가 없다"며 "끝내 사죄 한마디 하지 않고 죽은 자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적 단죄를 묻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이런 자의 죽음에 국가장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올바른 역사 세우기를 위해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광주시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2030 청년층은 광주에 한마디 사과도 없이 숨진 전씨를 성토했다.

대학생 이지현씨(23·여)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전두환, 노태우 2명이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사과없이 죽었다"며 "유가족과 오월단체 관계자들은 얼마나 분노할 지 상상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순자 여사가 나서서 사죄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역사동아리를 하는 또 다른 대학생 정지홍씨(27)는 "전두환이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최근 들어서야 5·18 진상규명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전씨의 사망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윤석열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에 방문했을 때 눈물을 흘리던 오월 어머니들을 봤다"며 "피해자의 아픔은 여전한데, 가해자와 이들의 사과는 없다는 사실이 한탄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선모씨(30)는 "끝내 사과없이 사망한 전두환은 못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오히려 전두환씨의 사망으로 헬기사격과 5·18 학살 관련 관계자들의 양심고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전두환씨는 23일 오전 8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발견 당시 전씨는 심정지 상태였고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혈액암 일종의 '다발성 골수종'을 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