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부끄럽지 않다
꿈은 부끄럽지 않다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1.04.1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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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와 모처럼 여름 방학을 맞게 됐다. 이번 여름방학 중에는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아이사랑 광주교육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전국 16개 시․도 우수 교육현장 탐방 계획을 수립하여 약 2주간의 일정으로 20여개의 학교 및 교육기관을 방문하였다. 그 중에서도 거창고등학교가 퍽 인상적이었다.

‘학교는 일단 도시에서 다녀야 한다’ ‘교육과정대로 공부해서는 대학가기가 힘들다’ ‘사교육을 안 받고는 대학가기가 힘들다’라는 통념을 깬 학교가 거창고등학교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대학진학 성과 보다는 거창고등학교의 따뜻한 인간사랑 실천에서 감동을 받았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 꿈이 크거나 작거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꿈은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그 꿈이 작고 초라하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다. 작고 소박한 꿈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크고 위대한 꿈은 소중하고, 작고 소박한 꿈은 소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고 소박한 꿈이 우리에게는 더 인간적이고 감동을 준다. 꿈이라 하는 것은 준비된 자가 꿈도 꿀 수 있다. 그래서 노래를 잘하는 학생보다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는 꿈을 갖은 학생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큰 꿈을 심어주기 위해 의례적으로 큰 꿈을 이루는 학생들을 축하해주고 널리 홍보하기 위해 교문 앞 내지는 여러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현수막에 이름을 넣어 게시한다.

예를 들면 몇 회 졸업생 김아무개 사법시험에 합격, 또는 서울의 명문 대학에 누구누구 합격 등 하지만 몇 회 졸업생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등은 게시하지 않는다.

사실 자동차 운전면허증 취득은 일상화 되어 버렸지만 실제로 어렵게 취득한 졸업생도 있다. 남들은 쉽게 생각하지만 일곱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졸업생들에게는 국가고시인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법시험에 합격한 졸업생은 현수막을 내걸고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 졸업생에는 무관심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에 대하여 차별을 느끼게 한다.

서울의 명문대학, 사법고시 합격자 못지않게 지방의 전문대학의 합격, 학생이 노력하여 취득한 요리 기능사 자격증, 자동차 운전 면허증도 아주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모두가 똑같이 소중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

인구 4만의 소도시인 지리산 자락의 시골에 자리 잡은 거창고등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꿈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제의 현수막도 게시하지 않고 있었다.

약한 자, 소외된 자, 힘들어 하는 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사랑으로 다가왔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사랑하는 작은 실천에 가슴 뭉클하고 진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거창고등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그중의 하나가 남이 알아주건 말건 그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가는 사람 곧 작은 것을 비추는 등불과 같은 사람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거창고 출신 들은 취업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전공분야의 실력이 탁월한 수재도 아니요 실무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도 아니다. 다만 입학 때부터 배워온 ‘직업 선택의 십계’라는 독특한 기준이 그들의 가슴 속에 철학으로 자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쪽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반대한 곳이라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등등 오라는 데는 안가고 오지 말라는 곳만 찾아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존재가치가 있으며 어떤 사람이든지 사랑을 통해 완전한 인간에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거창고에서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귀한 존재임을 깨닫고 동시에 자기만큼 귀한 존재가 옆에 더불어 살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여 모두가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종현 광주 무등중학교 교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