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담장 허물었다가 짓고…' 한치앞 못내다 본 서울시 행정
'학교담장 허물었다가 짓고…' 한치앞 못내다 본 서울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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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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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10년간 학교 공원화 사업을 통해 담장을 철거했다가 학교 안에서 성폭력 등 안전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다시 담장을 설치하겠다고 나서 근시안적 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내 초중고 1287개교 중 16.16%인 208개교의 담장을 허물었다. 학교 시설을 지역민을 위한 체육, 휴식, 쉼터 등 열린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담장이 없어지면서 외부인 통제가 어려워지는 등 학교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외부인 침입에 의한 강력범죄가 초등학교에서 연이어 벌어지면서 이같은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줄이었다.

실제 지난해 6월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수업을 기다리던 A(당시 8살)양이 납치당해 성폭행 당하는 등 학교 안에서 성폭력 등 안전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20일 용산구 모 초등학교에서는 성폭력 전과가 있는 40대 남성이 학교 건물 4층까지 몰래 올라와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와 있던 B(11)양 등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담장 없는 학교가 명분은 좋다지만 부작용을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담장 없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A초교 이모(33) 교사는 "CCTV 등이 설치돼 있다고 하지만 교사들이 하루 종일 매달려 있을 수 없어 외부인 통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안전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교사들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등하교 지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20일 내놓은 초등학교 안전강화 2단계 지원 대책에서 5억원을 들여 10월까지 담장 없는 초등학교 131개교 중 범죄지역에 있는 20개교에 우선적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예산을 더 늘려 더 많은 학교에 안전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초등학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불과 수년만에 허물었던 담장을 모양만 바꿔 다시 세우는 것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발생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 펜스는 1m당 25만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각 학교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올해안에 수억원의 혈세가 허문 담장을 다시 세우는데 들어간다는 소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담장을 허문다고 할 때부터 교육계에서는 안전범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서울시가 주민편의를 내세워 이부분을 간과했다가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니 수습에 나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안전범죄 사각지대 해소차원으로 정책 혼선이나 예산 낭비로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 담장 허물기 사업은 해당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라며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학교에서 안전 펜스를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것 뿐 (정책 혼선은 아니다)"이라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