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늪에서 벗어납시다
편견의 늪에서 벗어납시다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1.04.2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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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보문고등학교 장복일 교장
 
‘김그리’라는 예쁜 왼손잡이 여고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의 유치원 때 선생님은 자주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유는 초등학교에 가면 놀림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왼손잡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역사적 사례는 오랜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거의 모든 민족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유럽인들은 아침에 왼손잡이를 보면 재수 없다고 믿었으며, 일본에서는 부인이 왼손잡이로 판명되면 결혼 후라도 부인을 쫓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서아프리카 아샨티족은 선물이나 오랫동안 독촉했던 빚도 왼손으로 주면 받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이어지고 있다. 중동인은 턱수염이 가려울 때 왼손으로 긁으면 재수 나쁘다고 여기며, 중국인은 왼손으로 명함을 내밀면 협상이 결렬됐다는 메시지를, 인도와 일부 중동 지역에서는 오른손은 밥 먹는 손, 왼손은 용변을 처리하는 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악수를 청할 때 왼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오랜 관습적 생각들이 무의식에 작용해서인지 왼손잡이 하면 고집 세고, 충동적이며, 감성적이고 매우 반항적이라는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왼손잡이 중에 역사적 위인들이 많다. 알렉산더, 미켈란젤로, 잔 다르크, 뉴턴, 나폴레옹, 베토벤, 간디, 아인슈타인, 채플린, 메릴린 먼로, 빌 게이츠 등이 왼손잡이로 알려졌다.

이러한 역사적 왼손잡이 위인들의 면면을 미루어 보았을 때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편견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우리들의 인간사를 되짚어보면 이러한 편견은 왼손잡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편견의 냄새가 물씬 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곱슬머리에 옥니를 가진 사람은 오기가 있다’, ‘특정 성씨를 가진 사람은 고집이 세다’, ‘날씬하고 말라서 부지런 할 것이다’, ‘어느 지방 사람들은 간사하다. 또는 느리다’, ‘눈 꼬리가 위로 올라간 사람은 성격이 나쁘다’, ‘A형은 소심하다’, ‘뚱뚱한 사람들은 대체로 마음이 여유롭고 부드러우며 마른 사람들은 왠지 까다롭다’ 등 다양한 말들이 있다.

이런 속설만이 아니다. 월드컵에서 축구심판이 규정에 의해 정당한 심판을 한다고 해도, 은근히 어느 특정 팀을 밀어줄 것이라는 생각도 따지고 보면 편견에 해당한 것이다.

40여 년 전 뉴욕 현대미술박물관에는 ‘마티스’의 추상화 ‘르 바또’가 40여일간 전시되었다. 전시기간에 약 10만여 명이 그림을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기간에 그 그림은 거꾸로 걸려 있었다. 이 경우는 ‘마티스’에 대한 선입견이 편견화한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특유의 사고와 행동 양식이 존재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점심식사를 언제 어떤 메뉴로 할 것인가 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우자나 직업 또는 종교 선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과 결정도 특유의 사고와 행동 양식의 산물이다.

우리는 판단과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할 때도, 가장 중요한 특유의 굳어진 사고와 행동 양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과 반성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내린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과연 합리적 사고와 행동에 따른 최선의 것이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혹여나 그 과정에서 끈질긴 선입견과 편견이 올바른 판단과 결심을 얼마만큼이나 방해해 왔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무의식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았는지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에 의한 선택과 결정이 우리 인생을 값지고 풍요롭게 할 것이기 때문에 편견의 늪에서 벗어납시다.

광주보문고등학교 장복일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