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 사기사건 주범은 말기암 환자
57억 사기사건 주범은 말기암 환자
  • 이덕호 기자
  • m05250@hanmail.net
  • 승인 2011.06.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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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한 지역에서 발생한 수십억대 사기사건의 주범은 암 말기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광주경찰청 수사2계에 따르면 전남 한 유통회사를 상대로 57억원을 가로챈 일당 3명 중 주범으로 밝혀진 A(47)씨는 혈액암 말기 환자이며 현재 한 대형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숨질 경우, 남은 가족의 생계대책을 위해 8개월여 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간의 쌀 유통 경험이 있던 A씨는 '신뢰가 있는 업체에서 납품을 약속하면 거액의 선급금이 입금된다'는 특성을 활용키로 했다.

이 과정에 관련업을 하고 있던 B(42)씨와 C(39)씨를 끌어들였다. 범죄 뒤 책임은 모두 자신이 책임진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해당 유통회사 구매담당자에게 접근, 집중적인 선물공세와 함께 접대에 나섰다.

어느덧 신뢰는 쌓여만 갔다. 때를 기다리던 A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벼를 납품하겠다. 능력이 있다. 물량확보를 위한 선급금이 필요하다"며 유통회사에 거짓을 늘어놓았다.

이에 속은 업체는 지난 3월2일부터 같은 달 7일까지 모두 57억원을 A씨의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건강상태가 악화됨을 직감한 A씨는 곧바로 광주 지역 은행권을 돌며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 씩 전액을 인출했다. A씨는 공범들에게 가담 정도에 따라 돈을 나눠주는 일로 계획한 범행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거액의 사기사건이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곧바로 공범 B씨와 C씨를 체포했고,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A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필요한 수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A씨가 은닉한 현금 등 14억여원을 회수하는 한편 가로챈 돈으로 구입한 보석과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다.

또 일부 사업자금과 토지매수 비용으로 쓰인 피해금액에 대한 환수 조치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의 생계를 걱정한 A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저지른 일로 확인되고 있다"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이라고 판단, 범행의 모든 책임을 A씨가 떠안으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