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약초등학교 Talk 원어민교사 KIM SUN(25세)
▲ 골약초등학교 Talk 원어민교사 KIM SUN | ||
중학교 1학년 때 온 가족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어린 시절 추억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난 지 11년 만에 그리운 고국을 찾아 아버지의 향수가 어린 전남을 희망해 원어민 Talk 장학생으로 광양 골약초에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곳은 나의 아버지가 순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녀서 인지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모두 담긴 고향인 것이다.
지난 4일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려주는 운동회 날을 맞았다. 하늘에는 꿈이 부풀어 오른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하기에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운동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학생들 대부분은 준비 운동하기 전 잠시 텐트 그늘 안에 모여 같은 반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운동회 소품들과 기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운동회 시작 전 즐거운 아이들의 표정들을 보니 내 마음도 들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학교 건물 옥상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어린이날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아이들은 달리기,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 신발 멀리 던지기, 눈가리고 이끌어주는 릴레이 게임들에 푹 빠져있었다.
오랜만에 본 운동회는 초등학교 때 추억들을 새록새록 되살려 주었다. 유난히 운동 신경이 둔한 나는 어렸을 적 달리기 경주에서 꼴등을 하고 시무룩해졌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운동회를 좋아 했었던 건 운동회 날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운동 신경과는 상관없이 잘 할 수 있는 줄다리기나 멀리뛰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였다.
당시 몇 학년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날은 오늘 날씨보다도 훨씬 무더웠고, 더위에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서 다른 종목들엔 즐거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막상 줄다리기를 할 차례가 되었을 때는 번뜩 정신이 들어 시작을 울리는 징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신나게 줄을 잡아 당겼고 우리 백팀이 이겨서 모두들 신나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줄다리기 때는 선생님들과 학부모가 함께 나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열심히 줄을 당기면서 예전의 초등학생 시절 내 모습과 겹쳐져서 그 감회가 새로웠다.
캐나다에서는 운동회를 "Track and field"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체력장과 운동회가 따로 있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이 "Track and field"날 학생들이 서로 경주도 하고 체력 검사도 겸해서 한다.
내가 참여했던 ‘Track and field’는 운동회라기보다는 체력장 쪽에 더 가까워서 그런지 학생들끼리 서로 경주하고 선생님께서 점수를 기록할 뿐, 가족이나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지는 않았었다.
종목으로는 달리기, 뜀틀, 멀리뛰기, 멀리 던지기가 있었는데 우리 초등학교에서는 달리기 경주는 주로 선수로 뽑힌 몇몇 학생들이 사전에 미리 연습을 한 후에 참여했고, 그 외에 다른 학생들은 뜀틀, 멀리 뛰기, 멀리 던지기 종목만 참여를 했었다.
경기를 마친 후, 나와 내 친구들은 다른 아이들의 달리기 경주를 잠시 구경한 후, 학교 잔디밭에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한국이나 캐나다의 운동회는 모두가 즐겁게 뛰놀았던 점은 같았지만, 캐나다의 운동회는 학생들만의 참여로 이루어진 반면, 한국 운동회는 선생님과 학부모 모두 함께 참여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 이루어져 더 즐겁고 보람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마무리 체조를 하고 봄철 운동회는 아쉬운 막을 내렸다. 이 날 우리들은 모두 열심히 자기들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재미있게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골약초등학교에서 가졌던 운동회는 나에게 한국에서의 어렸을 적 추억도 되살려주고 동시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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