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진보당의 점입가경
통합 진보당의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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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2.06.0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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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광주전남민주운동동지회 상임대표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운동동지회 상임대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가 강기갑 의원을 필두로 하는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수습에 들어가는가 싶더니만, 이에 반대하는 당권파들의 당원 비대위가 꾸려지고 있다. 그들은 당원만이 진실한 당권력이라는 명분을 내걸면서 집중되는 비판을 비껴가면서 사태의 반전을 꾀하는 모양이다.
통합진보당이 통합의 가치를 들고 새로한 출범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은 환호작약하지는 아닐지라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정치의 새로운 서광으로 받아 들였을 것이다. 물론 진보라고 하면 불에 덴 아해처럼 놀라고 기피하는 사람들은 예외이지만.

적대하는 한 지붕 두 위원회가 그려낼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중앙위원회의 폭력사태의 잔상이 아직도 생생한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벌어질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진보당의 정치 사회적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조롱거리가 생겨 갈수록 보기좋아 漸入佳境(점입가경)이라 찬탈할 것이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정치를 아끼는 사람들은 漸入加驚(점입가경)될까 두려워한다.

금년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사람들에게는 통합진보당이 연출하는 진흙탕 개싸움이 정권교체의 밥상을 발로 차는 행위가 될까 싶어 두려워한다. 빼앗긴 10년을 통한하다가 MB를 앞세워 정권을 회수해 간 정통 기득권 세력들은 얼마나 신날까? 경쟁자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하면서 정권교체가 가당키나 할 것이냐고 희희낙락하더라도 결코 화낼 수 없는 지경이다.

점입가경의 주인공들은 풍경을 감상하는 관객들이 아니라 야권연대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지도자가 지적한대로 국민감정이 야권연대를 계속 지지할지도 불확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군부독재와 가열찬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온 몸으로 불렀던 ‘우리 승리하리라’의 정신으로 목전의 정파투쟁에 매몰되어, 정권 교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론이 암시하는 정치 기후마저 무시하면서 온전한 민주정치가 가능할까?

시골의 어느 농민 운동가는 사건의 결말을 추론하면서 ‘부정선거에서 조직 이기주의로, 주사파에서 야권연대로 결국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마무리되는 한 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가 마지막 회를 앞두고’ 시청률을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필시 당권파를 두둔하는 그의 주장이 통합 진보당 사건의 일면을 적시하고 있지만 민주회복에 대한 진보세력들의 책임과 열정을 살필 수 없어서 아쉽다. 과거 의회에서 논의를 피하고 현행 법정절차를 돌파하기 위해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여 국민투표로 독재권력을 리모델링한 한국 현대정치사의 경험들이 있다.

당원이 당의 원천이고 모든 권력이 당원에게서 나오는 것이 원론적으로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그것이 부정경선과 폭력사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중앙위원회도 당원 권력이 만든 당의 조직인데 당원들이 폭력으로 그것을 훼방하는 것 또한 엄중한 자해행위임이 지적되고 책임을 물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3당통합의 통합을 솔선해서 지켜내야 할 모범을 소위 당권파가 감당할 수는 없었을까를 아쉬워한다.

어느 철학자는 “지금 진보정당은 억압받는 이웃들보다 자신의 이념을, 자신의 방법을, 그리고 자신의 동지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보정당이 보수정당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 철학자의 말이 황당무계하게 틀린 말임을 증명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