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청렴, 행동은 ‘탈선’… 공직의 본질을 묻다

청렴 강사의 8개월 112일 출장… '본연의 업무는 어디에‘

2026-01-09     홍갑의 기자
홍갑의

[데일리모닝] 홍갑의 편집장 = “동전의 양면성이 있다” 이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정보원 A 원장이 자신의 과다출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변명이다.

8개월 동안 무려 112일을 출장하며 424만원의 출장비를 썼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공직자의 본질적 책임을 외면하는 매우 위험한 포장이다.

기관장이 하루걸러 하루 출장은 놀라움 그 자체다. 전임 원장이 14개월 동안 58일 출장한 것과 비교하면, 현 원장은 단 8개월 만에 그 두 배가 넘는 출장을 다녔다.

하루걸러 하루 출장을 다니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시간이 과연 있었을까?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출장의 상당수가 청렴 강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해남제일중을 비롯해 9개교를 찾아가 청렴의 가치를 가르쳤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교육연구정보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무려 9건이나 지적받았다. 청렴을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비청렴하게 행동한 셈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청렴도 향상을 위해 A 원장 등 34명의 청렴강사를 위촉해 151개교와 30개 기관에 맞춤형 청렴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결과 도교육청의 청렴체감도는 5등급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것이야말로 공직 사회의 가장 큰 역설이다. 형식적인 교육과 실천의 괴리,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조직 전체를 부패시키고 있다. 청렴 교육이 많을수록 실제 청렴도는 하락하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우리 공직 사회의 현주소 아닌가?

민성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남교육청지부장은 "인공지능 기반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할 기관장이 하루걸러 하루 출장으로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교육연구정보원장은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K-에듀파인 시스템 관리, 학교 무선망 통합 운영, 스마트기기 유지보수 체계 개선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중요한 업무들은 방치된 채 과도한 외부 활동에만 매달렸다.

A 원장은 "교육연구정보원 홍보와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기관의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관의 본질적 기능 수행이다. 홍보를 위해 기관의 본질을 훼손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를 넘어 조직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기관장은 내실을 강화하는 책임행정이 필요하고, 변명이 아닌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 "협업해서 개선하겠다"는 해명도 허술하다. 감사에서 지적받은 내용 중 상당수는 교육연구정보원의 독립적 책임 영역이다. 이를 타 기관과의 협업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단순히 한 사람의 과다출장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공직자는 개인의 명예와 활동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직책이 아니다. 오직 국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 제공에만 전념해야 하는 존재다.

노조의 100일 이상 현장을 비운 학교장이나 기관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검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의 내면적 성찰이다. 자신이 맡은 직책의 본질적 책임이 무엇인지, 왜 공직자가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말로는 청렴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비청렴의 길을 걷는다면, 이는 단순한 직무유기를 넘어 국민 전체에 대한 기만행위다.

동전의 양면성이 아닌, 공직자의 단단한 일면성이 필요한 때다. 오직 국민을 향한 단 하나의 마음과 책임감만이 공직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