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정책 '탁상행정'…자급률 18년째 '제자리'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밀 자급률이 18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정부 정책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전남광주 담양·함평·영광·장성)은 22일 농식품부 종합감사에서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제2의 주식’이지만 자급률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며 “2008년부터 18년째 같은 목표를 되풀이해 온 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4년 국내 밀 수요량은 450만 8000톤에 이르지만 국내 생산량은 약 3만 8000톤에 불과하다.
2024년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료·화장품 등을 포함한 약 2조 400억원 규모의 국내 밀 시장에서 국산 밀은 160억원, 0.8%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생산 기반이 오히려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23년(1만 1600ha, 5만1809톤)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 8월 재배면적은 7009ha로 2023년 대비 39.6% 줄었다.
같은 기간 밀 재배 농업경영체도 6199개소에서 지난해 5657개소로 감소했다.
밀산업 육성법에 따른 제1차 기본계획이 끝난 지난해 실적은 자급률·재배면적·생산량 모두 목표의 30% 안팎에 머물렀다.
2023년 반짝 증가는 전략작물직불제 확대(ha당 50만원 + 이모작 인센티브 100만원)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직불금을 빼면 자생적 생산 기반은 확충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2024년 국산 밀 생산량 3만 7376톤 가운데 실제 소비된 양은 9280톤으로 24.8%에 불과했다.
소비 부진의 핵심은 품질 편차다. 제분·제빵업체는 단백질 함량과 글루텐 특성이 균일한 원료를 요구하지만, 국산 밀(2022년산 정부비축 금강·백강·새금강)의 단백질 표준편차는 0.55~1.29로 수입 밀(호주·캐나다·미국 0.2~0.3)보다 최대 6배 이상 크다.
여기에 국산 밀 전용 건조·저장 시설과 제분 설비, 안정적 계약재배 체계가 부족해 ‘판로 불안 → 재고 누적 → 생산 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국제 곡물파동 이후 네 차례 밀 자급률 목표를 내놨지만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제2차 계획(2026~2030)은 2030년 자급률 목표를 10%에서 8%로 낮췄지만, 하향 근거나 1차 계획 실패에 대한 진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재배면적 목표 5만ha는 2026년 8월(7009ha)의 약 7.1배, 생산량 목표 20만톤은 2025년(3만7886톤)의 약 5.3배로, 면적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정책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이개호 의원은 “2008년에 내건 목표가 18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그간의 밀 정책이 탁상행정에 머물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가 우수 품종 공급과 품종별 최적 재배법 보급에 먼저 나서야 한다”며 “품종 개발(R&D)부터 건조·저장·제분 인프라, 계약재배, 소비 촉진까지 아우르는 통합 예산 체계를 마련하고, 재배면적 7배 확대의 구체적 근거와 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