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동급생 친구가 생겼어요
5년 만에 동급생 친구가 생겼어요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4.04.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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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옴천초 정수빈, “나에게 친구가 처음으로 생겼다. 이게 5년 만이다. 친구랑 많이 놀고 친해지고 싶다”

▲ 전남 강진 옴천초등학교 5학년 정수빈 군의 '수빈이에게 친구가 생긴날' 일기
[강진=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농·산촌지역 할머니 4인방이 입학해 관심을 모았던 전남 강진 옴천초등학교 한 학생이 5년 내내 같은 학년 친구가 없다가 최근에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 일이 일어나 화제다.

7일 전남 강진교육지원청과 옴천초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김동현(5학년) 군이 옴천초로 전학을 온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3명의 학생들이 ‘힐링 산촌유학생’으로 전학을 왔다.

특히, 이날은 옴천초에 입학해 5학년이 될 때까지 같은 학년 친구가 단 한명도 없어 오직 선배와 후배들과 어울려 놀았던 정수빈 군에게도 동 학년 친구가 생긴 뜻 깊은 날이 됐다.

▲ 남색 점퍼 입은 정수빈 군과 지난달 17일 경남 창원서 전학온 김동현 군(왼쪽에서 2번째), 최근 서울 강남에서 전학원 안동진 군(맨 앞) 등 강진 옴천초 5,6학년 학생들이 함께 찍은 체험학습 현장 사잔<옴천초 제공>
정 군은 지난달 17일 ‘수빈이에게 친구가 생긴 날’이라는 제목으로 “나에게 친구가 처음으로 생겼다. 이게 5년 만이다. 오랜만에 친구가 생겼으니 친구랑 많이 놀고 친해지고 싶다”고 일기를 썼다.

수빈이는 “친구를 사귀는데 우선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고 말하면서 맞장구치는 것, 말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질 준비를 한다. 같이 놀아준다. 친구에게 관심을 갖는다. 등을 생각하며 너무 복잡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수빈의 일기에는 5년 동안 학년 대표, 반장, 학생 등을 혼자 도맡아 오다 새로운 친구가 전학 온다는 소식에 몹시도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빈이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칭 도현’이가 전학을 오자마자 바로 바로 친해졌다”며 “도현이가 전학 와서 고맙고 1명의 친구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좋아했다.

수빈이에게 새로운 친구가 있기까지는 지난해 3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임금순 교장과 학교 교직원들의 혼연일체에 의해 이뤄진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임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전교생이 17명에 불과해 학교통폐합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폐교를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폐교 위기를 탈출해야지 고민스러웠다.

임 교장은 쉽게 폐교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농·산촌 학교의 특성을 살려 ‘힐링 산촌 유학캠프’를 운영해 대도시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의지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 지자체와 도시학교 등과 교육기부 협약을 체결했다.

김규화 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맑고 청정한 산촌에 위치한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지역주민들과 한마음으로 합심하여 옴천초 만의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이루어 내어 농산어촌 학교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며 “각종 현안사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옴천초는 올해 신입생 9명 중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지역 할머니 4명이 입학했으며, 서울, 경기, 경남 등에서 3명이 전학 오는 성과로 전교생이 21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