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고, 농어촌고교의 새 모델 ‘제시’
녹동고, 농어촌고교의 새 모델 ‘제시’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5.02.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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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권 교장, 미래핵심역량 기르는 미래 학교 운영
'2014 전국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우수사례 발표대회' 장려상
'2014 창의경영학교 적용사례 공모전' 우수학교

▲ 전남 녹동고등학교 전경
[고흥=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나로우주센터와 소록도 인근의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위치한 녹동고등학교가 최근 각종 공모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 화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농어촌의 열악한 재정과 낙후된 교육환경으로 인해 정체기를 걸어 왔으나 최근 들어 괄목한만한 성과를 거둬 타·시도 교육청과 고등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학교는 '2014 전국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장려상 수상, '2014 창의경영학교 적용사례 공모전'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서울권 주요대학 합격자가 4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서울권 대학과 교육대학에 13명이 합격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둬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의 기대와 성원에 다른 농어촌 고교와 다르게 학생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 임형권 녹동고 교장
2013년 3월 녹동고에 부임한 임형권 교장은 ▲미래핵심역량을 기르는 미래 학교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통한 의사결정 ▲존중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교장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키워주는 학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학생들의 지적역량 뿐만 아니라 인성역량과 사회적 역량 등 미래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육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기존지식을 재생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지식을 응용하고 창출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소통과 협력의 수업혁신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조했다.

임 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녹동고 교사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2년 정도로 매우 짧았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이 학교를 도시학교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뜻을 함께 하는 교사들이 모여 ‘독서․토론 동아리’를 운영하기 시작, 2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교육과정의 운영과 수업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변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토론은 농어촌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의 발전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학생중심의 교육과정과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이를 시행하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교사들은 4년 만기를 채우거나 1~2년씩 유보하는 교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교직원들이 토론을 통해 교육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교실 수업을 창의적으로 바꾸고 학생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는 ‘존중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고 있다.

임 교장은 “이러한 학교문화가 정착한데는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통한 학교경영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녹동고등학교는 '2014 전국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장려상 수상했다.
◇'미래의 나' 찾자…진로ㆍ적성별 학급 편성

녹동고는 교육부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를 선도하는 우수학교를 선정·포상하기 위해 주최한 '2014 전국 일반고 교육역량강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전남 대표로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다.

이는 9개 도 단위 학교 중 유일한 수상으로 전남교육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농어촌학교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했다.

이학교는 '녹동고에서 미래의 나를 찾는다'라는 슬로건으로 4개 과정의 진로·적성별 학급 편성으로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진로집중 과정과, 학생의 자발적 참여와 학생 주도 교육활동 운영 등 농어촌학교의 창의적 교육프로그램 운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동안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의 의견보다는 성적순에 의해 반을 편성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는 반을 선택해 진로에 대한 결정권을 학생에게 돌려줬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런 반 편성은 진로·적성에 대한 정보공유, 학생 주도의 자율 진로(전공) 탐색활동, 교내 진로전문가 특강, 진로 맞춤형 수업 및 방과후학교 운영 등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참여하는 주도교육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선택ㆍ운영하는 '미래형 방과후학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2014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 적용사례 공모전'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중학교 4개교와 고등학교 4개교가 선정됐다. 호남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녹동고가 유일하다.

녹동고는 '꿈과 끼를 키우는 학생선택 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학생의 진로ㆍ진학지도에 기여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경감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교와 교사 중심의 획일적 운영에서 학생의 성취 수준과 진로·적성에 적합한 강좌를 학생 스스로 선택해 수강하도록 했다.

미래 역량과 삶의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교과 강좌뿐만 아니라 요리, 생활체육, 소논문 쓰기 등 진로·적성 강좌도 개설해 학생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사교육을 학교로 흡수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방과후 교육부장인 김세주 교사는 "미래의 방과후학교는 교사 중심에서 학생이 직접 강좌를 개설해 친구들을 가르치는 학생 중심의 '미래형 방과후학교와 학습동아리'로 바꿔야 한다는 신념 아래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주도 교육활동으로 '행복학교' 추구

녹동고 학생들은 학교생활규정과 수업규칙 제정, 정기적 학생총회, 동아리 발표대회 및 학교축제 등 모든 교내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며 교육활동의 자발적 참여로 학교교육 만족도를 높였다.

학생 주도 자율 진로(전공)탐색 활동 계획서 공모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대학 탐방과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해 결과를 보고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공모심사에 학생들의 호응도를 반영해 신뢰도를 높이고 1팀 당 50만원의 활동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개 팀이 자율 진로(전공) 탐색활동을 실시했다.

자율 주제탐구 보고서(소논문) 쓰기 대회는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해 자율적으로 관심 분야에 관한 주제를 선정해 5~10페이지의 소논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25개 팀이 참가해 계획서를 제출하고 실험과 조사 과정을 거쳐 소논문을 작성해 발표하고 논문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실행함으로써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사전 진로 탐구활동 효과가 있으며 대학입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통과 공감의 '독서ㆍ토론캠프' 실시

녹동고는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학생 스스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강사를 초청, 1박 2일 독서ㆍ토론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성유스호스텔에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를 초청해 1, 2학년 학생 36명을 대상으로 '교실 밖 세상과의 소통'을 주제로 독서ㆍ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사전에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시가 아닌 자율적으로 두 권의 책을 구입해 각자 팀원들끼리 책의 내용을 나누고 공감하며 토론을 준비한다.

지난 해 독서·토론캠프 첫째 날에는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을 읽고 3가지 주제를 추출해 서바이벌 토론을 했다.

6개의 모둠의 토론 팀들은 '괴담은 처벌해야 한다. 공무원은 부당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제를 놓고 찬반 토론을 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팀은 '우수독서토론상'을 받는 명예도 주어졌다.

둘째 날은 정유정의 소설 '28'을 읽고 팀별로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선택해 자세히 분석하는 시간도 가졌다.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스토리북을 만들어 등장인물의 삶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뒤 '누가 가장 상처받은 존재인가?'라는 주제로 팀별 원탁 토론을 했다.

학생들은 평소 교실수업에서는 할 수 없었던 '소통과 공감'의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캠프에 참여한 고은별 학생은 "독서·토론을 통해 책 속의 내용을 깊게 파고들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소통'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공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녹동고에서 매년 학생이 진행하는 독서·토론캠프는 학생의 독서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 구술면접에 도움이 된다. 또한 독서ㆍ토론캠프는 녹동고 학생들의 힐링 프로젝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배움과 협력으로 수업시간에 소통하기

녹동고 교사들은 학생 간 학력차가 심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졸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수업시간이 되도록 '거꾸로 교실'(the flipped classroom)을 시도했다.

이는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배움이 옮겨지고 학생이 스스로 배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수업 전 10분 내외 길이의 동영상을 시청하고 수업에 참여해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학생중심의 수업으로 졸지 않고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녹동고 교사는 자발적으로 수업을 공개한다. 평소 수업의 모습 그대로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참관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과 관계를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한다.

수업협의회 시간에는 수업자에 대한 지적이 사라지고 학생의 배움과 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수업에서 좋았던 점, 느낀 점을 교류하면서 서로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수업자가 생각하는 '수업의 어디가 재미있었고 어디가 어려운가'를 공유하고 조언하는 색다른 시간을 갖는다.

◇학생과 학교의 소통 창구 '창의아이디어 발표대회'

매년 여름방학 전에 녹동고 학생을 위한 행복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창의 아이디어발표대회'를 연다.

대회를 개최하는 목적은 학생들이 교육 활동에 참여하면서 발견하거나 느낀 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적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지난해에는 예선을 거쳐 12팀이 참가했고, 이중 7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는 교내 교사 4명과 학생회 임원 1명이 맡았고, 전교생의 출구 조사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학생들은 녹동고 학생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진로탐색과 관련된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진로체험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개별 학생의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회를 주관했던 최민주 교사는 "제안된 아이디어 중 창의적이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들을 순차적으로 학교 교육활동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미래를 출력하는 '불카누스' 동아리

올해 3월에 만들어진 '불카누스'는 3D 프린터를 배우고 연구하는 동아리다.

도시지역 학교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3D프린터를 농어촌도서 학교에서 배우게 된 것은 과학 담당인 김상훈(35) 교사 덕분이었다.

김 교사는 3D프린터 동아리 사업을 전남도교육청 공모사업에 신청해 2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비용으로 3D프린터 1대와 재료 일부를 구입하고 학생 13명을 모아 불카누스 활동을 시작했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이미 인터넷 등에 올라 있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물건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면서 "하지만 프로그램을 실제로 공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주 3시간가량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나간 학생들은 주변에서 직접 쓸 수 있는 간단한 물건들을 3D프린터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컵이나 자 등을 만들었고, 건물 모형도 출력했다.

매끄럽지 않은 출력물은 교내 프라모델 동아리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를 높였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박창용 군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3D 프린터를 이용해 기존에 있는 제품을 따라 만들다가 지금은 디자인을 직접 해 만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와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3D프린터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교내 발명동아리에서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3D프린터 동아리가 시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등 본격적인 활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