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입시 개혁 공약이 없다!
대통령 선거, 입시 개혁 공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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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22.03.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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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문 전남대학교 전 총장ㆍ17대 국회의원
지병문 전남대 총장
지병문 전남대 전 총장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대통령 선거 열기가 뜨겁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양대 정당 후보의 교육공약에 눈이 간다. 이재명후보는 미래인재양성과 공교육 내실화를, 윤석열후보는 디지털 교육체제와 교육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목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그나마 이재명후보는 교육결손과 양극화 해소, 디지털 미래교육 등 12개 과제라도 제시하고 있지만 윤석열후보의 공약은 교육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부실하다.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은 대학입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대학입시를 개혁하지 않고는 초‧중‧고 교육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그동안 무수히 시도해왔던 교육개혁이나 혁신정책들도 결국 대학입시 앞에서 멈춰 섰다. 대학입시는 모든 것을 무력화하는 블랙홀이자 혼돈의 카오스다.

​이재명후보의 입시정책은 수시의 공정성 확보, 수능의 사교육 의존 억제, 미래지향적 대입제도 설계, 대학입학정원 조정이다. 윤석열후보는 정시비율확대와 입시비리를 저지른 대학에 대한 처벌을 내세웠다.

여기서 두 후보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 황폐화와 입시정책 실패의 원인을 초‧중‧고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황폐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의 학생선발기능 부재에 있다. 대학은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점수로 줄을 세워 결과적으로 중‧고등학교에 학생 선별기능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 특히 고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배움과 성장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필수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공교육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교육이 이러한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현행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1994년에 도입된 현재의 수능은 취지와 달리 운영되어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능은 문자 그대로 대학에 진학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수능은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짓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갖는 어려운 문제가 필요했고 그리하여 이른바 킬러문항이라는, 교사들도 당황하게 하는 난해한 문제까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수포자와 물포자가 생겨났으며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공부에서 멀어졌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형 방법이 3000가지에 달해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참담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는 학력이 계급이 되는 학벌주의 대한민국에서 모든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뒤엉켜있는 뜨거운 용광로인지라 양대 정당 후보는 대학입시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답을 피했다고 보는 게 맞다. 어떤 방안을 제시해도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과 충돌이 두려워 피하기만 하면 우리 교육은 영원히 바뀔 수가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갈등과 충돌을 정면 돌파하고 국민적 합의와 공감에 기초한 입시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최근 광주교육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학력저하가 자리하고 있다. 학력저하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의 입시정책과 광주교육의 지향점이 다른 데에 기인한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방과후 학습이나 야간자율학습의 선택권을 학생에게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가 입시지옥으로 변질되어 성적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고 상처를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학습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현장의 도덕성과 투명성, 공공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점수를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점수가 대입의 당락을 결정짓는 상황에서 경쟁 자체를 포기하라는 말은 학부모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70%가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므로 수능점수 저하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수능점수 저하는 내 자녀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의 입시에서 탈락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연결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느 대학에 진학하는지에 관심이 더 크다.

​학교는 학생이 각자의 희망과 목표를 이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시켜야 한다.

예술가로 성장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이에 필요한 지원이 있어야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겠다는 학생에게는 그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의 진로지도는 각기 달라야 하며 100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100가지 지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평준화를 넘어 개별화로, 학생 한명 한명에게 맞추는 개인맞춤형 지원체제로 시급히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