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근면 성실한 종철씨!"
"참으로 근면 성실한 종철씨!"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03.2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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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동안 전남도교육청 정문 지키는 김종철 주무관…"국기게양대 앞 주차, 예의 아니다"
   
 
▲ "참 사람좋은 종철씨"가 21일 기자실에 왔다. 기자가 취재좀 하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손사래를 치면서도 사진을 찍는데 멋진 포즈를 취해주었다.
 
[데일리모닝] 전남도교육청 직원은 물론 민원인들도 국기게양대 앞이나 주차표시가 그려지지 않는 곳에 차를 절대로 세워놓지 맙시다. '근면 성실한 종철씨, 애가 탑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동안 교육감도 바뀌고 국장, 과장, 장학관, 사무관, 장학사들도 다 바뀌었지만 전남교육청을 상징하는 장승이나 솟대처럼 한 곳에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교육청 정문을 지키는 김종철(58, 사진)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 주무관은 지난 1999년 4월, 전남도교육청으로 전보돼 매곡동 청사 시절인 2003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전남도교육청 정문을 지켜왔다.

비·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김 주무관의 자리는 줄 곧 한 자리였다.

김 주무관에 따르면, 광주 매곡동 청사 시절에는 광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각종 민원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당시 교육감들의 이념적 성향과 무관치 않겠지만 재단 운영이 파행을 겪으며 근 3개월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던 한빛고 사태, 정부 지침이나 도교육청의 정책에 반발한 전교조 교사들의 단식투쟁이나 항의집회가 빈번했다.

김 주무관은 이들과 다툼을 벌이며 정이 들기도 했지만 ‘인분’을 퍼온 한 농성자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얻어맞았던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듯 했다.

김 주무관은 전남도교육청사가 무안 남악에 자리 잡기 이전 매곡동 청사 시절 경찰서와 검찰에 서너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다짜고짜 윗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떼쓰는 민원인들과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민원을 접수해야 한다는 김 주무관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민원인이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해 벌어진 에피소드이긴 합니다만, 그 민원인들의 몰인정한 악다구니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2009년 4월에 이전한 남악청사에서는 이전과는 민원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고 교육수장이 바뀌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민원인의 숫자도 대폭 줄어들었고 항의 방법도 “장만채 신문고” 운운하는 귀여운 정도에 그친다고 전했다.

특히 김 주무관은 지금은 365일 태극기가 게양됐지만 과거 아침 6시에 출근해 태극기를 게양하고 또 저녁 6시에 태극기를 하강했던 기억을 자랑스럽게 떠올렸다. 또 남악청사로 이전해 태극기 앞에 주차를 해 놓는 민원인들을 아주 예의 없는 사람들로 평가절하했다. 국기게양대 근처에 차를 대는 일은 태극기와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

김 주무관은 특히 분재를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다. 인사철마다 수백개씩 들어와 사무실 한켠에서 시름시름 죽어가는 분재나 화분을 보면 그렇게 가슴이 아플 수가 없다고 했다.

소갈머리 없는 기자는 김 주무관에게 분재를 잘 키우는 방법을 묻다가 혼쭐이 났다. 김 주무관께서는 나무는 원래 햇빛, 통풍, 물이 잘 드는 곳에 있어야 하는데 사무실에 있으면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며 기자가 물어볼 것을 물어봐야지 말도 안 되는 것을 묻고 있다는 듯 말갛게 웃어보였다.

그래서 지금도 전남도교육청 정문 수위실 앞에는 멋 드러진 소나무 분재가 수십개씩 늘어서 있다. 인사철에 들어왔지만 관리에 자신이 없는 직원들이 임시로 맡겨놓은 말하자면, 분재들의 임시 육아소인 셈이다.

김 주무관은 민원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요 행사 때 도교육청을 방문한 일선 교직원들이 당신의 지시와 통제에 잘 따라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선물받은 분재를 키우기가 힘에 겨워 말라죽이고 있는 도교육청 직원들은 정문 수위실로 가져다 주면 살뜰하게 살려내겠다고 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도교육청 직원들이 너무 잘해 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김 주무관은 정년이 3년 남짓 남았지만 번듯한 직장이 있으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두 아들 녀석들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퇴직하면 장애인을 도우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했다. 전남도교육청에 오는일이 있으면 정문앞에서 멋진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거수경례를 붙이는 ‘근면 성실한 종철씨’에게 반갑게 인사한번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