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마을 소년, 공교육만으로 서울대 '합격'
전남 섬마을 소년, 공교육만으로 서울대 '합격'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12.0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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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여남고, 개교 이래 첫 서울대 합격생 배출
   
 
▲ 여수 여남고 3학년 진성일 군
 

[데일리모닝] 뱃길로 1시간 30분,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 위치한 3학년 학생이 11명에 불과한 소인수학교 한 소년이 공교육만으로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다.

9일 여남고(교장 변태수)에 따르면 KBS 제95대 골든벨을 울린 진성일(18세) 군이 최근 발표한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에 기회균형선발에서 인문계열(광역)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는 여남고 개교 이래 첫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진 군의 서울대 합격은 학원하나 없는 섬에서 태어나 가정 형편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직 학교교육과 EBS교육방송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이루어낸 성과로 더욱 값지다.

진 군은 3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가정형편 때문에 돈을 빨리 벌기 위해 해양대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지난 8월 KBS 골든벨을 계기로 서울대에 대한 꿈을 갖고 국사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 수능시험에서 국어와 수학에서 1등급을 받고 영어에서 2등급을 받았다.

진 군은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재미를 느껴 철학, 심리학, 사회, 종교, 논리 관련 도서를 읽고 배경지식을 넓히는 과정은 참 즐거웠지만 소인수학교라 그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진 군은 “선생님들의 지도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서울대에 합격하게 되어 감사하다”며 “철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어 자기가 받은 것 이상으로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2년 전 신입생 5명이 입학해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폐교의 위기에 몰렸던 여남고는 지난해 입시성적이 알려지고 부터 육지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변하고 있다.

여남고는 지난해 졸업생 13명 중 3명이 광주교대에 합격하고, 광주교대를 졸업한 졸업생 4명이 전남지역 초등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하는 등 전남 도서지역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실력을 거뒀다는 평가를 거뒀다.

올해도 진 군의 서울대 합격을 비롯해 김선호 학생이 수능시험에서 370점을 획득하고, 영어에서 4명이 2등급 이상의 성적을 거둬 11명밖에 되지 않은 3학년 학생들이 믿기 어려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 학교는 독서토론수업 활성화, 학생회 주도 자치법정을 운영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2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꼼꼼하게 기록되고 있으며, 왕따나 학교폭력이 전혀 없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여남고 한경호 교무부장은 “진성일 학생은 교직경력 28년 동안 만난 제자들 중에 가장 ‘독서다운 독서’를 하는 학생이었다”며 “학원하나 없는 섬에서 오직 학교교육만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성취한 결과이기에 더 값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