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불허 '논란'
광주의 한 고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불허 '논란'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3.12.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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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학생이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자보<사진제공=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데일리모닝]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한 고등학교가 대자보 게시를 금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광주 금호고 A학생은 최근 학생부에 찾아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려고 담당교사에게 사전 신고했으나 불허됐다. 또 교무실에 있던 다른 교사에게 면박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게시 금지된 대자보는 한국사 교과서와 전교조 법외노조, 철도 민영화, 밀양 송전탑, 종교 자유 등 사회문제를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A 학생이 지난 7월에도 본인 명의로 한 시국선언을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가 철거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짓밟은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안녕들하십니까' 게시물을 학교가 금지한 사례는 법률상 다루고 있는 인권의 침해"라며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모든 시민들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학생인권조례 제14조에서도 학생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생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이번 대자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교육적으로 격려돼야 한다"며 "헌법과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학생 게시판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안녕들하십니까' 게시물을 철거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기관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며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게시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학내에서 충분히 토론될 수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광주 금호고 관계자는 "금지한 게 아니라 논의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칙에 따라 학내 게시물은 학교장의 최종 허락을 맡아 게시하게 돼 있다"며 "대자보 게시를 금지한 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 게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자보 게시를 놓고 파문이 확산하면서 광주시교육청은 '학내 대자보 게시'와 관련한 내부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검토 중임을 전제로 "대자보는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며 "타인의 권리나 신망을 침해하는 경우, 차별이나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정하고 있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의 대자보 게시는 민주시민 육성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며 "제한과 징계가 아니라 교육과 안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