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4학년도부터 중고등학교 성적표에서 석차가 사라진다.

즉 상대평가 대신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서술형평가 및 수행평가 개선,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고교의 경우 과목별·학년 단위로 상대평가하는 현행 석차 9등급제 대신 교육과정에서 정한 성취·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

학년 내의 석차에 의한 상대적 서열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과목별 성취기준이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제시된 목표와 내용을 분석해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능력 또는 특성의 형태로 진술해 놓은 것을 말한다. 평가기준은 학생들이 성취한 정도를 상·중·하 등 몇 개의 수준으로 나눠 각 수준에서 기대되는 성취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 '문자와 식' 내 '일차방정식' 중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냐는 부분에서 성취기준은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이고 평가기준은 '상-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공식을 활용해 문제 해결', '중-거리 공식을 이용해 주어진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하-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뜻을 말할 수 있다' 등이다.

보통교과의 성취도 단계는 교과와 과목의 특성에 따라 2단계(Pass/Fail), 3단계(A-B-C), 5단계(A-B-C-D-E)로 다양화된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전문교과 역시 5단계로 평가하게 된다.

성적 부풀리기 방지, 평가의 난이도, 점수 분포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한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전문교과의 경우 내년 1학년부터 성취평가제를 적용한다. 모든 학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통교과에 대해서는 성취·평가기준 개발 및 연수, 교원평가 전문성 제고, 학업성적관리 체제 구축, 시범운영 등을 거쳐 2014년 1학년부터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

중학교는 등수가 있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등수가 사라진다. 현재 '수우미양가' 성적표기 방식을 내년 1학년부터 'A-B-C-D-E'로 변경, 석차를 삭제하고 고교와 동일하게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한다.

고교 서술형 평가의 비중은 최대 40%까지 확대하도록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내년까지 서술형 평가 매뉴얼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보급하고 매뉴얼 집필진과 시도별 핵심요원이 시도교육청 전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다.

한편 중고 교과목별 재이수제는 시범운영을 거쳐 2014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는 재이수제 시범 운영에 따른 수업시수 및 담당인력 확보, 위계를 고려한 교과목 편성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재이수제가 도입된다면 고교 평가는 2단계(Pass/Fail), 4단계(A-B-C-F), 6단계(A-B-C-D-E-F)로, 중학교 평가는 6단계(A-B-C-D-E-F)로 운영된다.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양대 교원단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고교 서열화 및 성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과열 성적경쟁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진정한 성취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내신의 객관성 확보가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없도록 엄정한 내신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이어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은 학생의 교과목 이수 결과를 평가하는 민감한 사안이자 상급학교 진학이 걸려있는 중등 핵심정책이므로 향후 적용 과정에서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목고 등 특정고교 우대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교과부가 대학을 철저하게 지도ㆍ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취평가제를 통해 토론수업 등의 다양한 창의ㆍ인성 수업이 가능해지고 학생의 잠재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성취평가제가 상대평가(원점수 표준편차 평균 공개)에 절대평가 요소를 도입, 내신 경쟁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특목고 등 입시명문고에 특혜가 갈 수밖에 없어 고교등급제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