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병란
▲ 문병란 시인 | ||
고정된 작고 까만 눈, 발이 퇴화하여 온몸으로 기어 다니는 징그러운 몸뚱이, 음지에 굴을 파고 숨어살며 원죄의 악연으로 그 대가리를 까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야릇한 적대감 등 생각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친다.
특히 우리 전남과 광주 사람들 지금 우리들의 가슴은 태풍 사라호나 매미가 핥고 간 자리처럼 황량하고 상처투성이 이다. ‘희망가’ 읊조렸던 그 마음마저도 어마어마한 1,400만 명의 민주통일 염원의 일편단심의 반대표로 전락하고 보니 민주선거에서 1%의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당선시킨 1,500만 표도 소중하지만 진정한 민주선거의 의미는 낙선된 1,400만 반대표의 의미가 국가발전의 미래에 대한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표를 낙선표로 사장시킨다면 이 땅의 반쪽이 소외당하고 균형을 잃어 국가의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옛말에도 성현 가라사대 ‘요순의 백성은 요순을 닮고 걸주의 백성은 걸주를 닮는다’하였다. 다수가결의 원리에서 그 표의 질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운동법칙으로 반대자의 의견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국정을 책임질 당과 대통령 당선자 비록 ‘새술’도 아니고 ‘새푸대’도 아니지만 지난 5년간의 수많은 파행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계사년 원년 뱀띠해의 불길함을 지난 5년간의 파행, 다수당의 횡포로써 언론개악법을 단독국회로 통과시켜 선거기간 중 TV 화면이나 신문지면을 들여다보기 저어케 한 것이나 4대강 사업 같은 어마어마한 국고 낭비의 토목건설업의 예산이 담긴 큰 예산통과를 공권력까지 동원하여 통과시켜 강물 속에 그 많은 예산을 떠내려 보낸 그런 후유증을 씻어낼 용단이 있어야 1,400만 표에 대한 예의가 바로 설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보혁 대결을 강조하면서 이 땅의 분단 병을 더욱 악화시켰지만 결국 지역대결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통령을 한 지역의 편파적 자기 세력으로 전락시키려는 지역이기주의 망국병도 되살아났었다. 전남 광주의 90% 이상 일편단심 표는 광주의 응어리 그 한이 균형발전이나 선정에 의해서 치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경 없는 후삼국시대 같은 낡은 지역대결 구도는 조국의 분단을 고착시킬 우려도 있고 민족의 대의를 그르치며 주변의 제국주의 잔재들의 야욕을 돋울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말 잘하는 웅변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언행일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공포탄 화약내 나는 선심정치보다 균형발전과 소외된 지역의 반대표를 국력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외세 미국을 필두로 등거리 외교의 원칙을 지키고 진덕여왕의 수치스런 ‘치당태평송’ 같은 역사적 교훈을 잘 새겨 동족간의 대결구도보다 동반자 관계 6.15 공동선언의 연방제 통일을 위한 대화의 재개, 남북경제교류로서 실리와 명분 양면을 충족하는 민족자결의 당당한 주체성을 발휘하여야 1400만의 표가 단순한 반대표로 전락하지 않고 민족모순 해결의 원동력이 될 것을 거듭 강조해 마지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외유내강의 어머니 그 사랑으로 위기에 선 조국의 미래에 다시 희망의 등불 켜지기를 바란다. 진실로 승자가 되기 위해선 이기고도 지고 지고도 이기는 그 승리의 참된 비결을 되새기면서 승리자의 꽃다발로 패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관용이 있어야 이 나라의 정가에 하모니를 가져올 것이다. 승복의 예의도 관용의 미덕도 모두 반성의 자세로 서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닦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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