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여수산단 사태 보며] 경제적 손실보다 사람이 먼저다
[광양제철소·여수산단 사태 보며] 경제적 손실보다 사람이 먼저다
  • 홍갑의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9.07.02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

[데일리모닝] 남도일보 전남동부권취재본부가 여수와 순천, 광양 등지에서 현장취재를 시작한 1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철저한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였다.

특히 국내 재계 순위 6위인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비롯해 여수산단 대기업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과 안전사고 위험, 환경오염에 대한 감추어진 진실 찾기에 나름 노력한 결과,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진실 찾기는 시간과 싸움이지만 반드시 들추어서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최근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광양제철소로 옮겨 붙은 고로의 안전밸브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 ‘조업정지 10일’과 ‘과징금’ 행정처분을 두고 전남도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해당 기업들은 경제가 거덜이라도 날것처럼 국가기관과 언론, 단체를 대상으로 읍소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했던 심각성에 대해서는 침묵 또는 은폐 축소로 일관하며 사과하지 않았던 그들이다.

남도일보는 지난 1년간 광양제철소의 안전사고 및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고발 보도를 끊임없이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기오염 문제를 전국화시키고 조업정지 처분을 이끌어내기 까지는 단연 순천KBS의 기자정신이 컸다.

또 지난 5월. 여수산단 인근 주민들이 여러 날 대규모 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대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태가 그 발단이었다.

여수산단 대기업들의 1급 발암물질 배출량 조작사건은 산단 주변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경남 남해군 주민들의 집단시위로까지 확산됐다.

필자는 이번 여수산단 배출조작 사건을 지켜보면서 21년 전인 1998년 6월부터 8월 사이에 일상처럼 일어났던 여수산단 주변 마을 주민 1만5000여 명의 이주대책을 촉구하는 시위와 집회현장을 취재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너무 닮았고 진행형이었다. 떠올리기 싫은 섬뜩한 기억의 오버랩이었다.

필자는 당시 근무하던 CBS에서 여수산단의 환경오염 문제를 심층 취재해 1시간 특집으로 다뤘고 한 월간지에도 기고한 적이 있다.

1만5000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땅과 하늘이 오염돼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치단체의 사실 은폐에 있었다. 여천시(현 여수시)는 시 대로 전남도는 도 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평가결과를 숨겼다는 것이다.

환경평가는 여천시의 의뢰로 과기원에서 1993년 10월부터 1996년 1월까지 2년 4개월에 걸쳐 8개 분야로 나눠 실시됐으며 이 평가에는 45명의 과기원 연구진과 대학교수 등이 참여했다.

주거 환경으로는 부적합해 1만5000여 명의 주민들이 단계적 이주와 환경오염의 저감, 안전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사람이 살수 없는 땅이라는 평가였다.

과기원의 1100여 쪽의 방대한 양에 이르는 여수산단 주변마을 환경영향 및 대책에 관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측정한 9개 전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수질오염은 29개 항목 중 13개 항목이, 건강유해 항목은 5개 전 항목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전체 45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대기오염은 황화수소가 기준치보다 최고 19배를 초과했고, 불화수소와 이산화수소, 페놀 등이 모두 16배에서 17배를 초과했다.

수질오염은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가 기준치보다 2.4배가,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1.7배가 검출됐으며, 토양오염은 기름덩이로 분류되는 N핵산이 기준치의 8배를 초과했다.

그리고 2019년 4월 중순. 환경부에서 여수산단에 있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2015부터 4년 동안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농도를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조작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환경부는 발표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대행업체와 짜고 벌인 일로 판단했고 측정값이 조작된 물질 가운데는 1급 발암물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측정업체인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은 대기업 사업장 굴뚝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이들의 요구대로 측정값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줬다.

물론 일부 대기업 사업장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로 대행업체가 알아서 한 일이다”며 모든 책임을 대행업체로 떠넘기고 있다.

환경부장관이 여수를 찾아 “여수산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 조작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은 대기환경 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광양제철소나 여수산단의 대기업들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경고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경제적 손실도 사람의 목숨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노동자와 산단 주변 마을 사람들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언제적 논리인가. 개발독재 시대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21년 전 국가기관이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원칙을 고수하고 메스를 제대로 댔다면 지금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적 손실만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당부한다. 사람이 먼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