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추도식
쓸쓸한 추도식
  • 데일리모닝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22.08.22 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 미래연구원장
최영태 전남대학교 교수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 미래연구원장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 미래연구원장] 광주 DJ센터 1층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정치인들이 이곳에서 출판기념회 등을 열면 수천 명이 참석했다고 홍보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오늘 추도식에 참석한 숫자는 고작 100여 명. 시장, 교육감,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선거직 정치인은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궁금해졌다. 광주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에게 오늘 무슨 중요한 일정이 있었는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시간에 시청에서 ‘2022 을지연습 통합방위협의회’가 열렸다.

그 행사가 그 시간에 전국 동시에 개최하는 행사인지 알아봤다. 아니었다. 어제 행한 곳도 있고, 이틀 전에 행한 곳도 있고, 오전에 행한 곳도 있었다. 광주는 왜 하필 오늘 그 시간에 그 행사를 했을까?

김 대통령이 서거한 후 10여 년 동안은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추도식을 행했다. 대개 100여 명 정도 모였다. 그러다가 2019년 서거 10주년 때부터 광주시가 직접 추도식을 주최하기 시작했다.

시장, 교육감, 시의회 의장 등 광주를 이끈 주요 인물들이 모두 추도식에 참석했다. 11주기 때는 광주시가 ‘김대중 평화주간(13-18일)’을 선포했다. 이제 비로소 김 대통령의 위상에 걸맞는 추도식 행사를 갖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나는 이 평화주간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 단위로 확산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늘 광주의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은 9주기 무렵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마음이 넘 아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목포에서 김영록 지사, 전남 도의회 의장, 목포시장, 김원이 국회의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격식 있는 추도식을 개최했다는 점이다.

김영록 지사는 앞으로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에서도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원에서 여야 주요 정치인들과 다수 시민이 참석해 품격 있는 추도식을 개최했다.

김대중과 호남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힘을 합쳤다, 나는 그것을 가치동맹이라고 표현한다. 이 가치동맹을 통해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를 하나의 신앙처럼 생각했다. 후세 사가들이 자신의 삶을 정당하게 평가해줄 것으로 생각하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과 민족에 헌신했다. 그리고 세계적 지도자가 되었다.

내년에는 광주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에 걸맞은 추도식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는 추도식에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더 나은 대한민국!'을 외쳤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 염원했던 '역사의 응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