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렴]캡틴, 그리고 카르페 디엠
[칼렴]캡틴, 그리고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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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14.11.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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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순천왕운중 교장

▲ 장병호 순천왕운중 교장
[데일리모닝] 지난 8월, 한 할리우드 배우의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의 사망!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크린에서 그를 볼 수 없었는데,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되고,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아왔다는 것을 보면, 그동안 무척 힘들게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로빈 윌리엄스, 그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먼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1989)가 떠오른다.

그 영화는 우리나라에 참 시기적절하게 들어왔다. 당시는 독재정권 아래서 교육민주화 운동이 벌어질 때였다. 수많은 교사들이 참교육 실현을 외치며 정권과 싸우던 시절이라 영화의 줄거리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전통과 명예, 규율을 중시하고 명문대 진학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 여기에 모교 출신 키팅(John Keating) 선생이 부임해온다.

그의 수업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학생들을 교실에 앉혀놓고 교과서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교정을 데리고 다니며 함께 보고 느끼며 공감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을 알려주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하며, 전통과 규율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에게 자아를 찾고, 전통에 도전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고리타분한 내용을 담은 교과서를 뜯어내게 하는가 하면, 아이들을 책상 위로 올라서게 하여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역설한다.

그는 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소개한다. 그것은 자신이 학창시절에 몸담았던 동아리로 동굴에 모여앉아 문학작품을 읽는 모임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학생들은 동아리를 다시 조직한다. 그리고 야간에 기숙사를 빠져나가 동굴 속에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유와 낭만을 만끽한다.

이와 같은 키팅 선생의 파격적인 교육 방식은 곧 보수적인 학교장의 눈에 나게 되고, 결국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가 교실을 떠나는 날, 그를 따르던 아이들은 모두 책상 위에 올라가 선생님을 외친다. “캡틴! 오 마이 캡틴!” 영화를 본지도 어느덧 25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