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수석교사제 도입 4년 만에 '존폐 위기'
[광주·전남] 수석교사제 도입 4년 만에 '존폐 위기'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5.01.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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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원자 미달…전남도 갈수록 감소…관리직과 갈등, 애매한 위상 등 걸림돌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교사'들의 수업 노하우를 확산시켜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된 수석교사제가 시행 4년 만에 존립이냐, 소멸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된 관리직과의 갈등, 애매한 위상과 역할이 발목을 잡으면서 인기가 빠르게 시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광주·전남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광주에서는 초등학교 22명, 중학교 15명, 고등학교 16명, 특수학교 1명 등 모두 54명, 전남에서는 유치원 5명, 초등 47명, 중등 87명 등 139명의 수석교사가 활동 중이다.

지난 2012년 교육부가 수석교사제 도입 당시 제시한 '1학교, 1수석교사 배치'나 '2019년까지 전국 학생 100명 이상 초·중·고 8500여 곳에 수석교사 1명씩을 두겠다'던 계획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희망자가 줄어 감소추세라는 점이다.

광주의 경우 2013년 26명이던 지원자가 2014년과 올해 각각 19명으로 줄었고, 전남은 도입 원년인 2012년 89명에서 2013년 91명으로 약간 늘었으나 이듬해 34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도 34명에 그쳤다.

광주의 경우 2013년과 지난해 지원자수가 선발계획에 미달했고, 유치원은 최근 3년 연속, 특수학교는 2년 연속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자격 미달자가 적지 않고 선발 기준이 강화되면서 최종 선발된 인원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광주는 2013년 17명, 2014년 6명에 이어 올해는 4명만 선발했으며, 전남 역시 2012년 68명, 2013년 43명, 2014년 16명, 올해 12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수석교사제가 겉도는 이유는 1차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직과의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수석교사는 4년 임기 후 재심사를 거쳐 재임용이 가능하며 일반교사가 맡는 수업시수의 50%만 담당하고 연구활동비로 월 40만원, 연간 480만원을 지원받아 교수법 개발과 수업·인성교육 컨설팅, 교내·외 연구지원, 신임교사 지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역할이 기존 학교관리자, 특히 교감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다 수석교사는 "관리자들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불만이고, 교장·교감은 "수석교사가 지휘권을 요구하는 등 대우만 받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석교사 증가로 인한 수업 공백은 '정원 외 교사' 채용으로 메꿔야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그나마도 여의찮아 결국 동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전남교육정책연구소가 2012년 전남지역 141개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 25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은 교육시책'으로 39.7%가 수석교사제를 꼽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명예퇴직자가 늘면서 승진을 염두에 둔 중도 취소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수석교사는 임기 중 교장이나 원장, 또는 교감이나 원감 자격 취득을 할 수 없지만 명퇴 증가로 예기찮은 기회가 찾아든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일몰제가 적용돼 교육부 예산 지원도 끊길 처지여서 존폐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자체 운영할 상황인데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부각돼 제도 자체가 서서히 사그러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베테랑 교사들을 통해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수업 나눔의 징검다리를 놓을 계획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있지만 여러 분위기상 명맥을 유지한다는 게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