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거짓말
거짓말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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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dmorning.kr
  • 승인 2015.05.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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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 전남 영광초등학교 교장

▲ 류제경 영광초등학교 교장
[데일리모닝]머리는 제주도에 있고 꼬리는 서울에 있는 ‘말’은? 그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거짓말’이다.

‘거짓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함’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 뜻으로만 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참 나쁜 말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 거짓말은 여드름이나 종기처럼 건들면 건들수록 커져서 결국에는 곪아 터지는 속성이 있다. 이를 ‘거짓말의 저주’라고 부를 수 있겠다.

혹시 거짓말을 했다면 이로 인한 저주가 시작되기 전에 이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만 후유증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덮으려고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결국은 거짓말의 저주에 걸리게 된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또 그것은 다른 거짓말을 확대 재생산하여 결국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올가미에 걸리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거짓말의 저주에 걸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사례를 많이도 보아왔다.

어떤 청와대 수석이 그랬고, 모 검찰총장까지. 심지어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거짓말로 결국 대통령 자리에서 낙마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럴진대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거짓말의 저주에 걸리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진리를 언제나 망각하는가 보다.

그런데 거짓말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다. 괜찮은 거짓말도 더러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거짓말도 상황에 따라서는 참말보다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니 말이다.

영국의 교육자인 R.에스컴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부정직하기 때문이다. 모든 진실을 다 말하지 말라.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거짓말이 진실보다 좋을 때가 있다.” 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수술이나 약보다는 환자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 환자에게는 정직한 의사보다는 적절한 거짓말로 삶에 대한 의욕을 갖게 하는 의사가 훨씬 더 명의일 수 있다.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 ‘삼년고개’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년 밖에 못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이름하여 ‘삼년고개’에서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이 넘어졌다.

노인이 상심하여 머리를 싸매고 누워버렸는데 마을에 사는 한 아이가 와서 하는 말이 한번 구르면 3년, 두 번 구르면 6년 살지 않겠느냐다. 노인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옳은지라 벌떡 일어나 한달음에 고개로 달려가서 수 십 번을 굴렀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거짓말의 부류에 넣기에는 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적절한 거짓말도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케하는 이야기다.

탈무드에 의하면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시공을 초월하여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가르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이미 사 놓은 물건에 대하여 의견을 물어 왔을 때, 설령 그것이 좋지 않은 것일지라도 좋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가 결혼했을 때, 그 부인이 미인이 아닐지라도 반드시 ‘부인이 아주 미인이군, 행복하게 살게.’ 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환자에게 거짓말로 희망을 주는 의사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탈무드의 거짓말을 부정할 사람 또한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대하여 얼마나 살기가 팍팍했으면 그런 짓을 했겠느냐고 두둔하고 동정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거짓말엔 두 종류가 있음이 명백해졌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좋은 거짓말’과 상처와 피해를 주는 ‘나쁜 거짓말’이 그것이다.

기계가 잘 돌아가려면 윤활유가 필요하듯이 세상살이의 굽이굽이마다 삶을 부드럽고 풍요롭게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좋은 거짓말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할 것 같다. 만우절도 그래서 생긴 것은 아닐까.

요즘 나라가 온통 진실 게임에 빠져 요동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 것이다. 필부도 해서는 안 되는 나쁜 거짓말을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층 인사 누군가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R.에스컴을 교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마틴 루터는 거짓말이란 눈덩이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권력 핵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자와의 진실 게임.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듯이 거짓말의 저주는 시작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