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이
고기도 먹어본 ‘?’이
  • 데일리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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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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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근 교육학박사ㆍ해남서초등학교 교장

▲ 문덕근 교육학박사·해남서초등학교 교장
[데일리모닝] 저는 고향이 시골이라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전부터 어린 나이에도 집안일은 거의 모두 다 한 것 같다. 고학년이 되면서 주전자로 막걸리 술심부름을 하고 맛을 보다가 막걸리 맛을 알게 되었고, 자주 막걸리 훔쳐 먹고 물 타기를 해서 늘 아버지는 왜 막걸리가 싱겁냐고 말씀 하시곤 했다.

그렇게 배운 술로 성인이 되면서 술을 좋아하게 되었고 술을 즐기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부모님이 막걸리는 잘 마시면 자식들도 막걸리를 좋아하게 되고, 부모님이 술·담배를 하면 자식도 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토록 한 사람을 둘러싼 인적 환경은 참으로 무서울 정도로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사람에게 배움은 말로도 이루어지지만 실제 해보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체험과 경험을 통해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배우게 되고, 좋고 싫음의 판단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게 되며, 우리 모두가 그토록 갈구하는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는데도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술을 접한 경험을 통해 술의 맛을 알게 되고 즐기게 된 경험, 이것이 우리 교육환경과 교육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초·중등학교 수업은 40분에서 50분까지 이어진다. 이 수업시간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체험이나 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 단위로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는 말보다 배우는 사람이 직접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하지 않을까?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스스로 교정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그 시간동안 찾을 수 있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각 급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학습도 눈으로 보면서 스쳐지나가는 형식에서 탈피하여 그 시대 상황과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였는지를 생각해 보는 공부여야 한다. 예를 들면 박물관에 갔다면 직접 왕의 옷을 입고 왕처럼 말을 해보는 체험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학생들의 체험 학습은 과거 선조들이 경험이 우리 삶속에 들어오는 과정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과거의 일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배운다면 교육자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논어에 보면 증자는 하루에 세 가지를 반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 세 번째는 ‘몸에 익히지도 않았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였는가?’라는 글귀이다. 선생님이 먼저 경험해보고 난 뒤 가르치자고 하는 것이 무리한 부탁일까?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할머니가 당나라 시인 이태백에게 말했다. “열심히 갈다 보면 도낀들 바늘로 만들지 못할 리가 어디 있어. 도중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더욱 나쁜 것은 하다가 끝장을 보지도 않고 그만 두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이 잘 먹는다고 한다. 잘하는 ‘?’으로 가르치려면 잘하는 ‘?’이 되어본 교육자가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