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이런 학교도 있어?…국내 유일 한국바둑고
전남에 이런 학교도 있어?…국내 유일 한국바둑고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6.03.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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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대결로 관심 집중, 바둑 전문인 및 지도자 양성 전문 교육과정 운영
바둑교과서 자체 개발, 글로벌 인재 양성, 진로도 다양, 바둑특화 교육 시설 갖춰…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고,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 주인공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 ‘한국바둑고등학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교육감 장만채)은 지난 2013년 순천 주암종합고등학교 학과를 바둑과로 전면 개편하고 교명도 ‘한국바둑고등학교’로 변경, 명문 바둑전문 교육기관으로의 길을 모색했다.

한국바둑고등학교는 개교 이래 3년 동안 조금씩 명성을 키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학생들의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이 학교는 학년별로 2학급 40명을 전국 단위로 모집해 바둑 전문인과 바둑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3개 학년이 완성학급을 이뤘고 첫 졸업생도 배출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바둑고등학교를 소개한다.

◇ 어떤 것을 배우나?

한국바둑고는 학생들의 바둑기술 능력 향상을 위한 ‘바둑 명인 양성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4명의 정규 바둑교사와 프로기사 출신의 김민희 3단, 김남훈 초단을 강사로 ‘기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수준별로 지도한다.

프로기사의 기보를 연구하는 ‘기보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력 순에 따라 ‘승강리그전’을 실시하고, 매년 5차례 ‘학교장배 학교스포츠클럽 바둑대회’를 개최하며 학생들이 평상시에도 바둑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14년부터 전국체전에서 바둑이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바둑 운동부’를 창단하여 프로기사가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들은 전국의 바둑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기별 2차례 이상 바둑명인들을 초청해 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인 이세돌 9단, 목진석 9단, 송태곤 9단, 박정상 9단, 조한승 9단과 최철한 9단을 초청해 강좌를 열기도 했었다.

한국바둑고는 바둑 교과서를 자체 개발해 학생들이 바둑기술 뿐만 아니라 이론 및 바둑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실무까지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바둑학개론, 바둑문화론, 현대바둑이론, 바둑기술Ⅰ, 바둑기술Ⅱ, 바둑영어, 바둑콘텐츠, 바둑지도사 실무’ 교과를 이수하여 한국기원이 발행하는 공인 아마 5단증과 바둑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 바둑만 배운다고?

바둑은 이미 전세계 80여 개국에 협회가 존재하는 글로벌 스포츠로 세계 진출이 매우 유망한 분야이다. 이에 대비해 한국바둑고는 ‘글로벌 바둑 인재 양성’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우선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일반교과인 ‘영어’ 외에도 ‘바둑영어’라는 교과를 뒀고, ‘일본어’ 교과와 ‘중국어’도 교과목으로 편성했다.

방과후학교 활동 시간에도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회화반’과 ‘중국어회화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외국어 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이 세계 속으로 나아가 안목을 넓히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2014년 1월에는 중국 상하이 응창기학교 등과 교류를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도록 했고, 각종 세계대회에서 학생들이 선수 및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외국인들과 접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적극적

한국바둑고 학생들은 주암면 인근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바둑 봉사활동도 펼친다. 배움과 나눔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활동으로 ‘바둑 재능기부 봉사반’을 꼽을 수 있다.
이 동아리는 격주 금요일마다 동아리 활동 시간을 이용해 인근의 주암초와 주암중 방과후학교 시간에 후배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둑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또 순천시남부복지관 소속 기우회 어르신들과 바둑을 두며 기술 보급과 지도 다면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진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한국바둑고등학교의 학생들의 진로는 대학 바둑학과에 진학하거나 바둑 선수, 바둑교실 사범을 비롯해 해외 바둑 보급자, 바둑 교사, 바둑 기자, 바둑 방송 해설자, 바둑 평론가, 바둑 소설가, 바둑 만화가, 바둑 게임개발자, 바둑 용품 제작자, 바둑 행정사, 바둑 이벤트 운영자 등 매우 다채롭다.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진로를 새롭게 탐색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진로탐색을 위해 대학의 바둑학과(명지대, 세한대)나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대한체육회, 전남바둑협회, 순천시바둑협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 바둑과라는 동일계열의 전문교과 선이수를 감안한 수시 전형의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며,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에서 바둑지도자 훈련자로서의 취업의 기회를 제공받는 등 꾸준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 학교 시설은 잘 갖춰져 있나?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최신 시설의 기숙사 ‘명인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업 시간에도 바둑을 편리하게 배울 수 있도록 멀티시설과 바둑책상이 효율적으로 배치돼 있다.

지난해에는 다목적 강당이 신축됐으며, 늘어난 학생수 규모에 맞도록 급식실도 곧 신축될 예정이다. 다목적 강당이 신축됨에 따라 교내 바둑 행사뿐만 아니라, 아마 강자 초청 ‘한국바둑고등학교장배 전국 중·고생 바둑대회’ 등 행사를 다채롭게 개최할 계획이다.

또 태블릿 PC를 이용하여 일반 교과 수업 시간과 바둑 교과 시간에 수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바둑고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여 세계 속으로 진출할 수 있는 특성화, 개별화된 진로탐색을 시도하고 있으며 공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김종구 교장은 “우리 학교는 새로 개교한지 3년여 밖에 안됐지만 이미 바둑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면서 “바둑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우수한 바둑 인재를 양성하여 세계적인 바둑 명문 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