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외톨이, 세상과 이별 뒤 가족 ‘만남’
10년 외톨이, 세상과 이별 뒤 가족 ‘만남’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7.01.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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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일용직근로자 원룸서 숨진 채 10여일 만에 발견
탁자에는 '사랑하는 가족…'…아들 "신고한 이웃에 감사"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지난해 12월말 광주지역 한 원룸에서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40대 남성이 이웃 신고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10여 년 동안 홀로 살며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온 이 남성은 숨지기 직전까지 술을 마시며 가족을 그리워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3일 광주 광산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시께 광산구 신창동 한 원룸에서 최모(44)씨가 인근 마트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최 씨는 거실 바닥에 반듯하게 누운 상태였으며, 주변에는 소주와 맥주 10여 병이 놓여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실 탁자에는 최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2매 분량의 메모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가게 돼 많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10여 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채 홀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 씨가 매일같이 인근 마트에 들러 술을 사서 귀가했다는 마트 주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주변인들에 의하면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잇던 최 씨는 최근 일감이 떨어지면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밀린 3달치 월세와 인근 마트에 달린 6만원 술값 외상은 최 씨의 삶을 짐작케 한다.

인근 마트 주인 A씨는 "최 씨는 많게는 하루 3~4회 술을 사기 위해 가게를 들르곤 했다. 먹을 것이라고는 쌀 조금과 밑반찬만 사갔다"며 "지난해 크리스마스엔가 '다음주에 돈이 들어오니 외상값을 치르겠다'고 말한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평소 가족들을 그리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최 씨가 이따금 가족 소식을 접하면 들떠서 말을 건네왔다"며 "언젠가는 자신이 '할아버지'가 됐다며 만나지도 못할 손주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세밑 단칸방에서 쓸쓸히 식어간 최 씨는 숨을 거둔 뒤에야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최 씨의 큰아들은 이날 A씨를 찾아와 아버지의 사망 의심 신고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씨의 '노잣돈'인 셈 치겠다며 거절했지만 최 씨의 아들은 외상값 6만원도 치르고 떠났다. 너무 늦은 발걸음이었다.

한편 경찰은 A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최 씨가 행적을 감춘 지난해 12월 말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