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치료 중인 집배원 출근 압박에 자살
교통사고 치료 중인 집배원 출근 압박에 자살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7.09.0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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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주우체국, 무사고 1000일 목표달성 위해 교통사고 축소·은폐시키고 산재처리도 안 해줘
유가족·노조·시민단체 7일 서광주우체국 앞 긴급 기자회견

▲ 유가족과 우체국노조, 집배원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7일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우정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 우체국노조 제공>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한 우체국 집배원이 완쾌되기 전 출근하라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우체국은 무사고 1000일 목표달성 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고인의 교통사고를 축소·은폐시키고 산재처리도 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전국우체국노동조합과 전국집배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서광주우체국 故 이길연(53) 집배원이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우체국노조, 집배원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7일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우정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1일 교통사고를 당한 고인이 완쾌하지 못한 몸으로 출근 압박을 받았다”며 “고인은 출근 (5일)예정일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광주우체국은 무사고 1000일 달성해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고인의 교통사고를 축소·은폐시켜 산재처리도 하지 않고 병가 3주와 연차 2일을 쓰도록 종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르막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할 정도로 아픈 고인에게 우체국 인력부족과 1년 중 가장 바쁜 추석명절 직전이라는 이유로 완치되기도 전에 매일 고인에게 출근하라는 독촉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간 근무시간이 2900여 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다 올해에만 벌써 15명의 우정노동자들이 과로, 자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폭로했다.

유가족과 노조 등은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 관리자들은 집배노동자들의 목숨보다 전시행정과 실적에만 주력하는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갖자는 목표로 출발한 무사고 1000일 운동이 한 집배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노조 등은 “우정사업본부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동안 희생된 집배노동자 유족들 앞에서 사죄하고 순직 인정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희생된 집배노동자를 모독하는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그동안의 집배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를 일벌백계로 처벌하라”고 덧붙였다.

서광주우체국 소속 집배원 이모(53)씨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