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주정부 핵심 인사라 비난받아“
"조국, 민주정부 핵심 인사라 비난받아“
  • 홍갑의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9.08.2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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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데일리모닝] 박정희 아들이 중학교 입학할 때, 중학교 완전 평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졌습니다.

전두환 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 본고사가 폐지됐습니다. 최순실 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 그가 지원한 학교에 없던 전형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런 게 권력의 입시 농단 방법입니다. 나경원 씨 딸의 입학과 관련해서도 최순실 딸과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40대 비혼 전문직 여성이 포함된 자리에서 겪은 일입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자기가 결혼 안 한 이유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친구들 보면 결혼 못 하겠어요. 아이 하나 유치원 보내는데 수백만 원씩 든대요. 남편 수입이 상당한데도 다들 지지리 궁상인 걸 보면, 그렇게는 못 살겠더라고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니, 무슨 유치원 비용이 그렇게 비싸요? 꼭 그런 데 보내야 하나?”라고 타박했지만, 그는 그렇게 못 키울 바에야 애를 낳아서 뭐하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며칠 전 강남에서 입시 컨설팅 하는 지인의 말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는 대학 때 학생운동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취업이 안 돼 강남 학원가 강사로 갔다가 전업한 케이스죠. 그에 따르면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어떤 입시 전략을 택하는 게 유리한지 묻는 부모도 많답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어떤 전형을 노리는 게 유리한지, 어떤 스펙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때로는 스펙 쌓기에 필요한 ‘연줄’도 맺어준답니다. 그러려면 수많은 전형 각각의 특성과 ‘맹점’을 알아야 하고, ‘편법’도 알려줘야 한답니다.

그를 포함한 입시 컨설턴트들이야말로, 현재의 ‘입시 야바위’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는 “자기가 일자리를 잃어도 좋으니 입시 제도는 꼭 바꿔야 한다”고 공언합니다. 그래서 그를 욕하기 어렵습니다.

‘입시 농단’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주어진 입시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 교육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입시 야바위’ 판에서는 누구나 부족을 느낍니다.

자식에게 가급적 최대한의 뒷받침을 해 주려는 건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일 겁니다. 문제는 이 ‘최대한의 뒷받침’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어디까지가 도덕적인 방법이고, 어디부터가 부도덕한 방법일까요? 지금 많은 사람이 조국 장관후보에게 분노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그의 ‘돈과 연줄이 부당하거나 부도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입시 컨설턴트를 통하면 정당하고, 학교가 맺어준 연줄을 통하면 부당한 건가요? 아니면 그 반대인가요? 돈이나 다른 특혜가 오고 갔으면 부도덕하고, 그런 게 없었으면 도덕적인 건가요? 아니면 그 반대인가요?

지금 조국 씨 딸 대학 입시와 관련해 유례없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세 가지일 겁니다. (1) 한영외고가 만들어 운영한 학부모 활용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 2주간의 인턴활동으로 의학 논문 제1저자가 되었다. (3) 고려대학교에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의혹들은 이들 사실을 둘러싸고 제기되어 있습니다. (1)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조국씨 딸에게 이 프로그램을 알선한 배경, (2)와 관련해서는 책임교수가 제1저자로 기재해 준 이유, (3)과 관련해서는 논문 제1저자라는 사실이 합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겠죠.

(1)의 경우 당시 한영외고에서 만들어 운영한 학부모 활용 인턴쉽 프로그램의 종류와 참여도를 전수 조사하면 조국씨 딸이 특혜를 누렸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인지, 아니면 여러 기회들 중 하나를 택한 것인지.

(2)와 관련해서는 고등학생을 논문 제1저자로 기재한 교수에게 반대급부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겁니다. 교수가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기재했다면 ‘선심’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그 ‘선심’이 자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베푼 것이었는지, 조국씨 개인을 보고 베푼 것이었는지에 따라 조국씨의 책임 범위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교수의 순전한 선심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납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미래에 연줄 맺을 가능성’을 보고 선심을 베푸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전에 말한 ‘계층별 연줄문화’의 문제입니다.

명절 때 대기업 회장에게 선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물 받고 문자로 감사 인사 보냈다가 들통 난 언론인들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계층이 존재하는 한, 이런 ‘계층별 차이’는 대개 '도덕률의 차이'로 인식되기 마련입니다.

(3)과 관련해서는 당시 고려대 수시 전형 합격자 전체, 적어도 ‘세계선도인재전형’ 합격자 전체를 재조사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야 이것이 당시 이명박 정부와 교육 당국의 정책 문제인지, 조국 교수 개인의 도덕성 문제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수억 원의 ‘투자’를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차이가 그대로 반영되는 입시 제도와 전형 방식은 정당하고 도덕적인가요? 고액 입시 컨설팅과 족집게 과외, 맞춤형 자소서 대필, 스펙 부풀리기 등이 광범위하게 벌어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압니다.

지금 한국의 이른바 명문대에서 이런 일들로부터 자유로운 학생은 얼마나 될까요? 서민들은 이런 현실을 떠올릴 때마다 혐오감, 부러움, 자책감, 좌절감, 분노 등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 상태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감정은 무엇이고, 중심이 되어야 마땅한 감정은 또 무엇일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국씨 딸 입시 관련 논란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평균적 도덕성이 어느 선에 수렴해야 할지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봅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 특정 계층 사람들은 서민 기준에서 ‘뇌물수수’를 ‘미풍양속’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법 시행 전에 자기 뜻과 상관없이 대기업 회장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부도덕하다’는 낙인을 찍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도 ‘서민들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린 셈입니다. 지금 조국 후보를 이리떼처럼 물어뜯는 언론사 간부들 중에 그런 사람 적지 않을 겁니다. 조국 후보 딸과 비슷한 루트로 자식 대학 보낸 사람도 많을 거고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논란도 ‘계층별 연줄’의 도덕성 기준을 새로 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겁니다.

조국 후보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 전체의 ‘원천적 부도덕성’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그에 관한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이 없음에도, 심지어 의혹 제기 자체가 부당했다는 반론이 속속 나오고 있음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우리 사회의 도덕성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 전의 일을 김영란법으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조국 후보 스스로 밝힌 대로, ‘서민의 눈높이’에 따르자면 그에게서 ‘도덕적 하자’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가 속한 계층의 생활문화 전체가 부도덕할 수 있습니다. “돈 없어 진학 포기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액 과외가 웬 말이냐”나 “서민 가정 자식들은 엄두도 못 내는 스펙을 쌓게 했다”,

또는 "밥 굶는 사람도 있는데 한 끼 식사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냐?"는 등의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유층이 있을까요? 그의 능동적 행위와 관계없이 그의 자녀가 모종의 혜택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재산 얼마 이상인 자나 사회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큰 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하는 법이라도 제정해야 하는 걸까요? 부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표준적 태도는 무엇일까요?

가난한 자는 외면하면서 오히려 부자에게 선심을 베푸는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 아닌가요? 역대 법무장관과 비교해서, 특히 전전임 법무장관과 비교해서도 그가 부도덕한 걸까요?

그가 ‘조국’이기 때문에, 민주 정부의 핵심 인사이기 때문에, 그가 속한 계층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혹독한 비난을 받는 건 아닐까요?

저는 “내 밥줄이 끊겨도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입시 컨설턴트를 욕할 수 없습니다. 같은 직업을 갖고서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그가 훨씬 낫다고 보니까요.

같은 이유로 저는 자한당과 족벌언론들이 조국 씨더러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계층별 연줄사회의 원천적 부도덕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 온 게 바로 그들이니까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국 대신 나경원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장난이겠지만,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전우용 교수 트위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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