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自省)과 자만(自慢)의 차이를 일깨우다!
자성(自省)과 자만(自慢)의 차이를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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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1.12.0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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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형 해남고등학교 교장
   
 
▲ 조태형 해남고등학교 교장
 
얼마 전 평생 동안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하면서 살아온 교직 선배 몇 분을 만나 한 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 분들은 누가 보아도 우수한 인재이자 교육을 사랑하며 살아온 인간미 그득한 나의 맨토이다.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라 해남고에 대한 전망을 묻는 답에 기숙형 고교의 절반쯤의 성공이라든가, 과학중점 과정의 성과들로부터 모 일간지 조사 결과를 빌려 전남의 공립고 중에서는 수위를 기록할 정도의 학교 평가 결과를 자랑스럽게 전한 적이 있다.

아마도 우쭐거림이 내 맘속에 있지는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이 얼마나 부족한 판단의 소이던가?

그로부터 며칠도 지나지 않아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국가수준 학업 향상도 평가 결과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평년작 수준이요, 입학 당시의 성적과 지금의 성과간의 상관도를 계산하면 예정된 수준이라 할지라도 자만 뒤의 자성은 사후약방문 격이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다시 한 번 구두끈을 고쳐 매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동화작가 정채봉의 ‘내 가슴 속 램프’ 중에서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이 사람은 그대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를 맘속에 새겼던 시간을 어느 덧 잊고 있었다.

또 세탁소에 있는 헌 옷걸이가 갓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 했다고 한다.

그러자 새 옷걸이는 ‘왜 옷걸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는지 뭇자’ 헌 옷거리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렇다 정 동화작가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에 보이는 잠깐씩 고급 옷이 입혀진 옷걸이는 아니었는지 우리 모두 자성해 볼일이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두고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잘 가르친다’고 대서 특필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모든 평가 여건과 교육 여건을 비롯한 학교 역량의 출발점이 간과되고 있고, 학교 성장의 중장기적인 목표가 무시된 채 단기 성과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문화와 전통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요, 지력과 더불어 인격과 교양이 잘 버무려진 잠재적 교육과정의 총합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물론 최고 학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 많은 시간동안 사제동행하여 절차탁마하며 땀 흘린 성과를 보인 갑, 을, 병 학교들의 성과를 간과하자는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 전남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때맞추어 발표된 이처럼 유치한 단순 해석 앞에서도 왠지 움츠러들면서도,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 잘 기르겠다는 약속과 함께 예비신입생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다시는 자만 뒤의 자성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신념의 구두끈을 매면서. 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최고의 교수진과 함께 명품교육으로 펼쳐보자고. 아주 특별한 약속들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성과 자만의 차이를 일깨워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