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해법은?
학교폭력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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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2.01.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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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 전남도교육청 학교정책담당 장학관
   
 
▲ 류제경 전남도교육청 장학관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명재상으로 이름 높은 황희 정승에게는 많은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이 일화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때로는 큰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그 중 삼가재상(三可宰相)이란 일화가 있다.

‘황희 정승 집안의 노비 두 사람이 서로 다투다가 시비가 가려지지 않자 결국 황 정승을 찾아갔다. 그 중 한 노비가 다른 노비의 잘못을 일러바치자 황 정승은 “네 말이 옳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노비가 앞 서 말한 노비의 잘못을 고하자 황 정승은 “네 말도 옳다”라고 했다.

옆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던 황 정승의 부인이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고 하면 도대체 어느 쪽이 틀렸단 말씀입니까”라고 하자 황 정승은 “부인의 말씀도 역시 옳소”라고 말했다‘

황 정승이 사리분별력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을 리는 없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사를 판단하고 재단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는 옳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황 정승은 서로 간에 이해 충돌이 있을 경우 시시비비를 가려 어느 한 쪽을 책망하게 되면 감정이 상해 둘의 대립과 반목이 더 심해 질수 있으므로 양쪽 모두를 수용하고 품음으로써 화합하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내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의 잣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삼가재상(三可宰相)의 일화가 주는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언론에 ‘중학교 여교사의 용기 있는 항의’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 교사는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25년차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히고 피해자 부모님이 들으시면 노여워하실지 모르지만,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저를 포함한 어른들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 중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 부모님을 만나거나 통화해보면 그 아이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된다.

우리 반에는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일주일 후에 돌려주는 규칙이 있다. 아이에 관해 의논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해도 문자 한 통 없다가도 정작 아이가 휴대폰을 빼앗긴 날에는 전화가 걸려온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무슨 일 생기면 책임질 수 있어요?”, “우리 애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은 공부나 열심히 가르치고 휴대폰 빨리 주세요.”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도저히 그 아이만을 탓할 수가 없다. 문제의 원인이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반에는 아직 한글 맞춤법을 모르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의 교복이 화장실 변기에 빠져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가 변기 속에서 교복을 꺼냈다.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복을 빨고 또 빨고, 열 번도 넘게 비누칠하고 헹구고, 옷걸이에 걸어 말렸다. 그리고 종례 시간에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네가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또 생길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때는 울지만 말고 네 손으로 꺼내 빨아서 입을 수 있는 너였으면 좋겠어. 그 아이에게 말하는 거야. ‘이 정도쯤으로는 어림없어’라고.”

그 아이의 부모님께 백배 사죄를 드렸다. 힘드시겠지만 그 교복을 입혀주시도록 부탁도 했다. 학급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 교복을 변기에 넣는 일은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선생님은 그 아이도 이해해주고 싶다. 화가 나서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숨을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그 잘못이 마음의 상처로 인한 것이라면 벌을 주기보다는 꼭 안아주겠어. 그러니까 여러분도 그 친구가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아이들은 제 안의 상처가 너무 크면 그 상처만큼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 상처의 근본을 찾아가보면 결국 부모를 만나게 되고 어른이 있음을 보게 된다.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그들의 상처와 분노를 녹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다. 아이를 지금 사랑해 주십시오‘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이 아닐 수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제발 우리 아이를 맡아 달라고 사정하고 싶은 선생님이다.

아이의 일탈 행동에 대해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가해 학생을 이렇듯 마음 깊이 이해하고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가해 학생의 상처 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면서 피해 학생에게는 어떠한 난관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선생님이야말로 우리들이 닮아야 할 참된 스승의 모습이다.

근래 학교폭력이 학교와 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중대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요.

황희 정승은 인정과 포용의 지혜를 말해 주고 있다. 용기 있는 여교사는 관심과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해법에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밀접하게 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두 이야기 사이를 흐르는 정신은 경청과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황희 정승이 그랬던 것처럼 먼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정어린 마음으로 들어주게 되면 그들은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가까이 다가오게 될 것다.

용기 있는 여 교사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보듬고 진정으로 같이 아파하게 되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의 마음에 비춰볼 수 있게 될 것다.

학교폭력의 대상자들은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들의 말에 대해 진심어린 마음으로 귀 기울려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대해 따뜻한 애정으로 감싸주게 되면 거기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