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아기
악어와 아기
  • 데일리모닝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2.05.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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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변호사
직장에서 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자가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데이트를 하는 것이 소원이지만 그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그저 업무상으로만 대화할 뿐 더 이상은 피해버립니다.
어느날 남자는 여자에게 제의를 했습니다. 여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제스쳐를 하면서.

< 저와 내기를 합시다. 무슨 내긴데요? 제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의 대가입니다.
제가 당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면 저와 내일(토요일) 데이트를 하시고,
만약 틀리면 제가 50만원을 주고 데이트는 없습니다. 어떤 제 마음이요?
저와 내일 데이트를 하자고 제의하면 당신이 나올지 안 나올지 하는 것입니다.
나오면 데이트를 하는 것이고 안 나오면 데이트는 없습니다.
좋아요. 제가 나올 것 같나요, 안 나올 것 같나요? >

남자는 그 자리에서는 예언을 하지 않고 문자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각자 퇴근을 해서 집으로 갔습니다. 남자는 문자를 날렸습니다.
여자는 문자를 받고 50만원을 떠올립니다.

남자가 뭐라고 했을까요?
여러분이 이 남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토요일 당일 남자는 데이트를 하였을까요, 아니면 돈만 날렸을까요?

남자는 여자가 안 나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독심술일까요?
여자는 당연히 데이트에 관심이 없어 안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남자가 맞춘 것이어서 여자는 데이트를 해야 하고,
여자가 나가면 나왔으니 데이트를 해야 하고
그래서 안 나가면 다시 남자의 말이 맞게 되어 역시 데이트를 해야 합니다.
결국 어떻게 하든 여자는 데이트에 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자는 이른바 패러독스를 이용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즐겨 다루었던 논리의 패러독스 '악어와 아기' 이야기를
활용한 것입니다.

여자는 장소에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남자의 적극적성에 그를 다시 봅니다.
외모는 별로지만 이런 남자라면 데이트를 해도 기분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둘이는 그날 해변 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합니다.
지금은 결혼까지 약속한 연인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결혼이, 반드시 외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남자는 발상의 전환을 해서 국면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든 것입니다.

남녀관계 뿐이 아닙니다. 생활의 모든 면에서 상황이 어렵더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보다 앞서면 바로 그 어려운 상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매력점이 됩니다.

조건의 차이를 생각의 차이로 극복한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구하는자를 배신하지 않고 반드시 현장에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