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시험 문제 유출 ‘의혹’…전남도교육청 평가문제 관리 ‘소홀’
초등시험 문제 유출 ‘의혹’…전남도교육청 평가문제 관리 ‘소홀’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4.12.10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학년 수학문제, 학원 예상문제와 동일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기말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문제가 사설학원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전남도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보낸 문제은행 (CD)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0일 전남도교육청과 해당학교 측에 따르면 광양 Y 초교는 지난 5일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2학기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했다.

1∼2학년은 국어와 수학, 3학년은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4과목, 4∼6학년은 영어를 더해 5과목을 치렀다.

이 학교는 전남도교육청에서 제공한 문제은행 CD에 있는 50문제 중 25문제를 뽑아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학교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학원인 H 수학 학원에서 시험 전날 학생들에게 풀도록 한 수학 예상문제와 동일하게 시험에 출제돼 사전유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학원에서는 수강생들에게 A·B형 각각 25문항씩, 50문항을 미리 풀어보도록 했으며, 이 가운데 25문제가 예시문항조차도 똑같이 시험에 출제되면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6학년 여학생이 수학문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카카오톡'에 올린 뒤 담임교사에게 푸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던 문제까지도 고스란히 시험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측은 학원생들에게 예상문제를 풀게 한 뒤 곧바로 회수했으며, 일부 학년에게는 "문제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문제지를) 찢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전남도교육청과 광양교육지원청은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학원 측은 이 과정에서 '인터넷에 있는 여러 검색사이트를 통해 예상문제를 뽑았을 뿐이며 정확한 사이트 주소는 알 수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전남지역 대부분 학교에서 전남도교육청에서 제공한 문제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험 일자를 정하지 않고 학교장 제량에 의해 시험을 보도록 해 문제은행 관리 소홀이 크다고 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말 2학기말 학업성취도 평가 예시문제를 학년별 과목당 각각 50문항씩 담은 CD를 전남지역 423개 초등학교에 공급했다.

도교육청은 예년에는 문제은행 제공과 함께 월·화·수요일을 택해 3일 이내에 시험을 실시하도록 했으나 올해는 시험 일자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일선학교장 제량에 따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평가문제를 학생들에게 배부하고자 한 학교는 평가기간이 지난 후 배부하도록 해 시험문제는 공개 문제나 다름없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일선학교들은 예년에 시험문제 유출 개연성이 있어 거의 월요일에 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도내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반적인 실태 파악에 나선 상태며, Y초교는 11일 4개 학년 수학과목만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전남도교육청 나동주 장학관은 "도교육청에서 제공한 시험문제 은행은 일선학교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지 똑같이 시험문제를 출제하라고 한 것“아니라고 해명했다.

강대현 교장은 "문제은행 CD는 교감이 수령한 뒤 각 학년 평가담당 교사들과 컴퓨터실에서 편집 작업을 거친 뒤 시험지만 빼고 모두 폐기하는 등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어서 정확안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