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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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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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함평여중 교장

▲ 장경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함평여중 교장
마한의 아이들아 고구려의 아이들아
열 일곱살 우리들의 아이들아
고분벽화 속 준마를 깨워
너희들의 놀이터 발해로 가자

연 날리러 가자 활 쏘러 가자
연 실 팽팽히 광활한 하늘 끝 닿게
가오리연 도깨비연 방패연을 날리자
한 때는 그들의 하늘이었을
그 무한한 공간 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펄펄 살아 헤엄치게 하자
가오리 도깨비 방패 속
심장 깊이 부여잡던 언어들
맘껏 춤추며 불타오르게 하자

우물가 수줍은 솔롱고스의 계집아이들 옆에서
한껏 폼 잡으며 제기도 차자
열 개 스무 개 백 개
온 몸이 땀으로 젖어
계집애들 빨래 새하얘지기 전에
벌컥 벌컥 장수처럼 물 마셔보자
한 때는 우리들의 땅이었을
저 대륙의 뜨거운 체온 퍼 올린 슬픈 물 한바가지를

그리고
활도 좀 쏘아 봐야지
말도 좀 달려봐야지
백두산 호랑이 포효하듯 우렁차게
소리도 좀 쳐봐야지
그 소리 모아지면 함성 되겠지
연해주 하늘 땅 쩌렁 쩌렁 울리면
삼족오도 박물관 금관 속에서 뛰쳐나와 신명나게 태양을 뚫고
머리 깃 반짝이며 온 하늘 날아다니겠지

그러다가 문득 만날
조선의 아이들아 대한의 아이들아
천지에 넘쳐나던 그 함성, 그 맹세, 그 눈물,
높이, 더 높이 올라가야 조국 땅을 볼 수 있었던
은신하듯 투쟁하듯 밤하늘 무수한 별이 되어 박힌
사랑이었던 숨결
사랑이었던 발자국

흔들어 깨워 이 땅에 다시 내려오게 하자
뿌리고 꽃이고 국경선을 마악 넘나들며 피어나게 하자
운동장에 그리며 놀던
땅따먹기 실금 같은 머나 먼 국경
어린 병사 반가워 어루만지는
고향집 꽃 한송이 되게 하자

가자
너희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열일곱살 피끓는 사랑처럼
병사의 연인 카츄샤의 연애편지처럼....

장경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함평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