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국가폭력 숨기고 박정희 영웅묘사…우려가 현실로"
"5·18국가폭력 숨기고 박정희 영웅묘사…우려가 현실로"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6.11.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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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역사교과서' 5.18 광주학생독립운동 의미 축소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교육·역사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개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보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의미와 내용을 축소하려는 시도도 확연하게 내보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축소

국정교과서의 5·18민주화운동은 기존 검정교과서에 견줘 대폭 축소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2개의 단락으로 나눠 2페이지 분량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검정교과서(㈜미래엔)가 4개 단락으로 나눠 5·18 발발과정, 의의 등을 소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게 지역 역사교사들의 입장이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5·18을 노래한 정태춘의 노랫말과 ‘5·18 꼬마 상주’ 조천호씨 사진, 계엄군의 진압 장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판결문 등을 게재하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토대가 됐다는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반면,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서울역 시위장면(1980년 5월 15일), 유네스코 기록 유상 등재물, 광주 시위장면 등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다루면서 ‘국가 폭력’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교과서가 ‘계엄군은 5월 27일 대규모 군대를 투입해 전남 도청을 장악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라고 서술했다면 검정교과서는 ‘계엄군은 탱크와 헬기까지 동원하여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전남 도청을 장악하였다.(5.27)’라고 적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의미도 축소

광주학생항일운동도 허술하게 기재됐다는 지역 역사학계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을 비공개로 해 깜깜이 집필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국정교과서는 광주학생항일운동을 다루면서 ‘전국의 194개 학교에서 5만4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하며 전국적 항일투쟁으로 발전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은 3·1운동 이후 학생 주도로 이뤄진 최대 민족 운동이었다’고 소개했다.

검정교과서가 ‘광주학생항일운동 때의 격문’을 소개하는가 하면,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이 가세했고 일본과 만주로 확산되기도 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은 학생들이 앞장서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참여한 최대 규모의 항일 민족운동이었다’고 서술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읽혀진다.

신봉수 빛고을역사교사모임 대표는 더 나아가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도 194개 학교가 아닌, 320개 학교에 달한다”면서 “전국 뿐 아니라 국외로 확대됐다는 내용도 빠져 국내로만 한정시켜버리는 문제점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산업화 ‘영웅’으로 묘사”

지역 역사학자들은 국정화 교과서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박정희 정권의 미화를 꼽는다. 광주·전남 지역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도 “박정희를 ‘경제 발전과 산업화의 아버지’로 미화하는 등 왜곡을 넘어 대통령 가정사를 미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