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친일 독재 ‘미화’…'5.18 축소'
국정교과서, 친일 독재 ‘미화’…'5.18 축소'
  • 홍갑의 기자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16.11.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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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역사교과서 3종 공개…'대한민국 수립' 뉴라이트 주장 반영
5.18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내용 의미 축소 계엄군 사진 삭제

▲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정신 부정하고 민주주의 다양성 위협하는 한국사 교과서, 200만 촛불민심 거역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사진=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제공>
[데일리모닝] 홍갑의 기자 = 역사·교육학계 등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28일 공개됐다.

역사학계와 광주·전남지역 교육계는 “5·18민주화운동의 축소, 박정희 독재의 미화, 건국절 사관의 완성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국정화 교과서 폐지를 촉구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이북(e-book) 형태로 공개했다.

이 부총리는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집필진 31명의 명단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대표 집필자로 이미 공개됐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선사·고대) 외에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상 근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이상 현대) 등이 포함됐다.

국정교과서 공개 이후 각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현재 교과서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면서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을 반영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검정 교과서에 견줘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내용·의미가 대폭 축소됐는가 하면, 계엄군의 폭력 진압 사진 등은 삭제해 “의도적”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노성태 광주국제고 교사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경우 기본적 사실조차 다르게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들이 아닌, 경제학자들이 현대사 부분 집필을 맡은 점도 편향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 중학교 교과서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축소와 누락, 친일과 독재의 미화로 얼룩졌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장 교육감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쳐 기술한 것과 관련 "뉴라이트들이 주장하는 건국절 개념을 그대로 수용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전면 부정하는 반(反) 헌법적인 시각이며, 항일 투쟁의 역사를 폄훼하는 반역사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장 교육감은 “왜곡된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강력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도 이날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정신 부정하고 민주주의 다양성 위협하는 한국사 교과서, 200만 촛불민심 거역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전남지부 등이 참여하는 전남교육희망연대도 29일 오전 11시 전남도교육청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와 전남도교육청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전용 웹페이지(http://historytextbook.moe.go.kr)에 이북(e-Book) 형태로 다음달 23일까지 4주간 공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치는 한편, 국정 역사 교과서의 향후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