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와 마주쳐버린 교육현장
왕의 DNA와 마주쳐버린 교육현장
  • 홍갑의
  • kuh3388@hanmail.net
  • 승인 2023.08.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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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장흥문화원장
김명환 전 전라남도교육위원회 부의장
김명환 장흥문화원장

[데일리모닝] 김명환 장흥문화원장= 드디어 교육현장에 왕의 DNA가 나타나고 말았다. 진즉부터 방귀는 있었으나 정작 큰 것이 나오고 마니 교육현장이 코피가 터질 정도로 냄새가 진동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교육의 최고 권부라 여겨지는 교육부 사무관 나으리께서 자기의 아이는 특별해도 너무 특별하니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조차 도 말라며 하는 행태가 교육종사자들의 피를 들끓게 한다.

오늘날의 교육현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왕의 DNA 출현과 유사한 일이 지금 이 시각에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종이 다르니 잘못을 저지르는 일은 애시 당초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오만방자함으로 다른 아이들을 폄훼하고 담임교사를 윽박지르고 학교당국을 우습게 대하는 젊디젊은 부모들이 늘어간 가고 있다.

필자는 몇 달 전에 ‘버릇없이 자란 아이 국가를 망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단언컨대 필자의 예언은 적중하고야 말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버릇없이 자란 아이 부모 형제를 잡아먹고 일가친척을 말아먹는다고. 누가 자기자식 귀한지 모르겠는가. 그리고 누가 그 행태에 대놓고 빈정거리겠는가. 특별한 우리 아이는 흔해빠진 다른 집 아이보다 모든 면에서 착하고 순하고 지혜롭기 그지없다고 믿고 싶어 하는 부모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누가 돌직구로 말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말한다. 제발 정신좀 차리고 선생님에게 맡기면 잘 자랄 아이 망가뜨리지 말라고.

오래전 일이다. 지인이 자기 집 아이가 너무 소중해 도저히 우리나라에서 나는 물은 먹일 수 없어 프랑스에서 수입한 에비앙 생수를 먹인다고 했다.

그래 필자는 어차피 평생을 에비앙 샘물만을 먹고 살 수 없다면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물을 먹여야 적응력도 생기고 또 사회생활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그 지인은 그때를 회상하며 부끄러워한다. 학교는 국민이 처음으로 국가를 공식적으로 만나는 장소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가장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안내하고 또 실행하고 있는데 자기자식에게만 달리 적용해 달라고 하면 교육수임자들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을 정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공교육을 외면해야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오랜 세월 교단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쳤다. 성장해 자아실현을 하고 그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공통점은 학창시절에 보편타당한 사고로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잘 생활했던 학생이었지 유별난 학부모를 둔 유별난 학생이 아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학생이 성공한 경우를 적어도 필자는 보지 못했다.

경험이 쌓인 교육자들은 다 안다.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면 저 학생이 장래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골칫덩어리 인생을 살 것인가를 손바닥 보듯 알고 만다.

그래 스승의 도리로 잘못 가는 길을 막아주고 바른 길을 안내해 준다. 그런데 그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얼치기 교육학으로 안다니 박사 질을 해대면 어느 선생님이 진정으로 그 아이를 위해 교육 혼을 불사르겠는가.

이제 학부모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동구 밖 느티나무 같은 인간으로 자라도록 호흡을 길게 갖자. 오대양 황제파도 같은 걸쭉한 인걸로 자라도록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자라다보면 몸도 다칠 수 있고 마음도 다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생명력도 길러지고 먼 길을 갈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지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한 여교사가 죽음으로 우리에게 절규한 곪아가는 교육현장을 더 이상 아파하지 말게 하자.

그게 학부모에게 도움이고 선생님에게 도움이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이에게 도움이다. 우리 모두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공교육체제를 만들었겠는가. 일류의 보편타당한 지혜로 만들어진 공교육 체제에 아이를 맡겼으니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무언의 응원을 이슬비처럼 보내자.